풀리고 묶이고… 현장 明暗

정부의 규제혁파 ‘깨알 성공’ 사례가 현장에서 나오는 반면, 국회의 법안 발목잡기로 새 시장이 열리지 않는 ‘암덩어리’도 여전히 남아있다. 경남 창원시의 회전식 신호등 교체는 전자(前者)의 대표 사례이고, 국회에서 1년째 잠들어 있는 옥외광고물관리법 개정안은 후자의 경우를 대변하고 있다.

창원시는 6일 국가산업단지 대형 중량화물 운송도로에 설치된 5m 높이의 고정식 신호등을 ‘회전식 신호등’으로 교체한다고 밝혔다. 시는 창원중부경찰서 등과 협의해 사업비 1억 원을 투입, 공단로와 적현로 5곳의 고정식 신호등을 다음 달까지 교체할 계획이다. 회전식 신호등은 고정식과 달리, 높이 5m 이상의 대형 화물을 이송할 때 신호등을 보도 방향으로 90도 회전시킬 수 있다.

회전식 신호등 설치는 지난 8월 창원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기업체 애로간담회에서 건의됐다. 시는 내년에 적현로, 공단로, 삼동로 등에 설치된 교통안전표지판 34개를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삼동교차로 6.1m 높이에 가설된 통신케이블의 위치도 변경하거나 철거하기로 했다. 창원국가산업단지 내 업체의 트럭들은 전동차, 열교환기 등 대형 수출 생산품을 마산항 3, 4부두로 이송할 때 충돌 우려가 있는 도로의 각종 교통시설과 통신선을 피하려고 중앙선을 침범하거나 우회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한편,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개정안은 2014년 10월 국회에 상정됐지만 소관 상임위원회인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 검토조차 받지 못한 채 1년째 잠들어 있다. 여야 이견도 없지만 무관심으로 인해 법안 통과의 첫 번째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는 것. 옥외광고물관리법 개정안은 옥외광고물 자유표시 구역, 한시적 옥외광고물 자유표시 구역 등을 둘 수 있도록 하고,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사이니지(Signage) 등 최신 옥외광고물 규제도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현재 기초자치단체에만 주어진 불법 광고물 단속 권한을 광역자치단체로 확대한다. 하지만 이 법안은 11월 말 정기국회에서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창원=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 유회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