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시즌을 맞은 요즘 전국 골프장들이 대목입니다. 주말은 물론, 평일 오후에도 빈틈없이 골프장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납회 시즌이 몰려있고, 추워지기 전 한 번이라도 라운드를 더 하자는 심리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골프장마다 때아닌 ‘부킹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갑작스레 내장객이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여름에 비해 일조 시간이 짧아지는 탓에 여름보다 절반만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영하의 기온으로 뚝 떨어지면 부킹 전쟁도 자연스레 사라질 것입니다.

문제는 날씨가 추워지면 골퍼들은 해외로 눈을 돌립니다. 올해는 역대 최다 해외골프투어를 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주말에 1회 라운드 비용은 25만 원 전후. 3∼4회 라운드 비용이면 해외여행도 하고, 맛있는 것 먹고, 골프도 4∼5라운드 할 수 있고, 남의 눈총도 받지 않아도 되고… 여러 장점이 있다고 합니다.

해마다 해외골프 여행객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여행업계에서는 오는 12월부터 내년 2월 말까지 해외골프 성수기 동안에만 최소 50만 명 이상이 해외에서 골프를 즐길 것이란 예상입니다. 1년 전체 해외골프 여행객의 절반 이상을 채우는 셈이죠. 기후 탓도 있지만 비싼 그린피 영향도 큽니다. 일본,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 등지로 가는 골프여행 경비는 100만 원 전후가 기본 경비이며 현지에서 쓰는 비용까지 합하면 1인당 최소 150만∼200만 원은 쓰고 돌아옵니다. 해외골프 여행에만 3개월 동안 1조 원 가까운 외화를 쓰는 셈이죠.

이는 정부의 정책이 하루아침에 바뀐 것도 해외골프 여행을 부추기거나 방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부는 2008년 10월부터 지방 회원제 골프장을 대상으로 한시적으로 회원제 골프장 입장객 1인당 2만1120원의 개별소비세를 면제해주는 이른바 ‘일몰제’를 시행했습니다. 일몰제는 갈수록 늘어나는 해외골프 여행객을 국내 골프장의 그린피를 싸게 해 국내로 붙잡아 두자는 목적이었습니다. 일몰제 시행으로 한겨울 따뜻한 기후의 제주나 남도 지방에는 골프장 내장객이 늘었고, 해외골프 여행객이 크게 줄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세수 확충’을 위해 일몰제 시행을 중단시켰습니다.

정부는 지난 10월부터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을 한다고 야단법석을 떨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도 중요하지만 해외로 나가서 돈을 쓰는 골프여행객을 국내에 붙잡는 지혜도 필요해 보입니다. ‘일몰제’ 카드를 다시 한 번 써보는 것은 어떨까요? ‘내 돈 쓰고 밖으로 나가겠다’는데 말릴 명분이 없다고 방관만 할 게 아니라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될 여건을 만들어주면 간단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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