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윤식은 지난 10월 27일 ‘김윤식 저서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중구 장충동 한국현대문학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문학의 위기’에 대해 ‘남에게 절대 받아쓰게 할 수 없는 것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헤밍웨이의 말을 빌려 “문학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선규 기자 ufokim@

김윤식은 ‘작가평전’에도 최고였고 최다작을 냈다. ‘내가 읽은 박완서’(2013)도 그중 하나. 생전 박완서는 김윤식에 대해 “그는 한국 문단에 이름을 올린 문인은 다 한 번씩 출석을 불러 눈빛을 맞추고 얼굴을 익혀 온 특별한 평론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작품으로 말이다. 잘 쓴 작품이든 못 쓴 작품이든 활자가 되어 문예지에 찍힌 이상 그를 피해가기는 어림없다 싶을 만큼 그는 죄다 읽는다. 그게 바로 문학에 대한 지독한 사랑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고 썼다. 소설가 최일남은 “우리 연배는 ‘그만 한 사람이 있어’ 미덥고, 한 시대를 함께한 증인으로 무섭다”는 글을 남겼다.

시인 고은은 ‘만인보’의 ‘김윤식’ 편에서 “날이 날마다 읽고 썼다.／밤마다 읽고 썼다／／혼자서 영화 보러 가는 일 말고는／읽었다／썼다／／온통 그의 고독한 의식 속에는 박물관 지하실 같은 명제들이 줄 서 있다”고 묘사했다. 시인 이승하는 “한국 문학이 그에게 빚지고 있는 것은／그 수많은 저서가 아니다.／눈에 불을 켜야 한다는 것,／빌려주지도 않은 돈을 달라고 떼쓰던 그런 심정으로,／ 그런 심정으로 글을 써 온…”이라는 시를 바친 바 있다. 김윤식의 제자로 이번 전시회 준비에 애를 많이 쓴 문학평론가 정호웅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스승에 대해 “당신의 학문, 삶에 철저한 ‘두려운’ 학자”라고 압축했다. 그는 “우선 자신에게 철저하신 것, 한자리에 머물지 않고 끝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선 것, 그분이 개척한 해석의 수준이 높다는 것, 그래서 늘 저만큼 혼자서 나가고 있다는 것”을 두려움의 내용으로 꼽았다.

제자인 서영채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교수는 대학원 시절 경외의 대상이었던 스승에게 “선생님, 슬럼프는 없으셨나요?”라고 여쭈었다. 김윤식은 “슬럼프? 나는 매 순간이 슬럼프야!”라고 답했다고 한다. ‘글쓰기의 달인’이 슬럼프라니, 이번에 그게 무슨 뜻이었느냐고 물어봤다.

“서영채 교수가 대학원 다니던 시절이라니까 30년 저쪽 이야기군요. 당연히 잊어버렸습니다. 그러나 글쓰기의 어려움에 대한 말이 아니었을까 싶군요. 신 내린 사람처럼 많은 글을, 거침없이 써내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그 과정은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갈팡질팡 헤매며 길을 찾아 나아가는 고투의 과정이라는 것이지요. 언어로 표현하는 일의 어려움은 또 얼마나 대단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