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치킨로드 / 앤드루 롤러 지음, 이종인 옮김 / 책과함께

지난 1년간 닭과 관련된 뉴스를 떠올려보자. 퇴직한 이들이 자영업자로 전환하며 가장 많이 선택하는 것이 치킨 프랜차이즈다.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중국에 ‘치맥(치킨+맥주)’ 열풍을 불고 와 한국식 치킨의 인기가 대단하다. 요즘 방송가를 장악하고 있는 ‘먹방’과 ‘쿡방’ 프로그램에 닭요리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지난 9월 9일은 닭울음 소리에서 착안한 일명 ‘구구 데이’라 해서 유명인과 일반인을 막론하고 닭을 먹는 사진으로 SNS를 도배했다.

우리는 왜 이리 닭에 대해 많은 담론을 만들고, 닭을 많이 먹을까? 일단 절대적 수가 많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는 1억 t의 닭고기와 1조 개의 달걀이 소비된다. 지구에 살고 있는 개, 고양이, 돼지, 암소를 모두 더해도 닭의 수보다 적다. 약 200억 마리가 살고 있으니 지구 인구의 세 배에 달한다. 그러니 닭과 자주 마주칠 수밖에.

닭은 인류의 대안 식량이다. 그래서 닭이 없어진다는 것은 인류의 재앙이다. 가까운 예로 지난 2012년 조류독감의 여파로 멕시코에서 수백 만 마리의 닭이 살처분돼 달걀 값이 크게 오르자 시위대가 몰려나와 정부의 무능함을 규탄했다. 같은 해 중동 이란에서 닭고기 값이 세 배까지 폭등하자 이란 경찰청은 닭을 먹을 경제적 여력이 되지 않는 서민들의 폭동을 막기 위해 방송국에 닭고기를 먹는 장면을 내보내지 말라고 경고했다.

분명 닭은 흔한 가축이다. 그래서 그 소중함을 간과하곤 한다. 오직 고기를 얻을 목적으로 살이 빨리 오르지만 뼈는 발달이 느린 닭을 개발하고, 가공비용을 줄이기 위해 털없는 닭으로 변형하는 ‘만행’을 서슴지 않는다. 인간에게 모든 것을 준 닭에게 인간은 “더 많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과학과 기술 분야 전문 기자로 활동 중인 저자는 인간이 닭을 보다 소중히 대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인류의 가장 친근한 가축이 된 닭의 역사를 되짚는다.

현대 닭의 조상 격인 ‘적색야계’가 동남아시아의 밀림에서 출발해 태국과 인도를 지나 메소포타미아와 유럽으로 건너가는 여정을 통해 닭은 단순히 식량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인류 문명 발달에 기여하고, 종교적 상징이나 약으로도 쓰이며 인류 문화 곳곳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 책을 정독한 후에는 누군가를 향해 ‘닭대가리’라 부르는 것을 조금은 주저하게 될 수도 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