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등 23개국 3개월내 GDP 1.24% 자금 빠질 것”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문제도 저성장에 빠져들고 있는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그동안 신흥국 경제에 타격을 입히고, 이는 다시 세계 경제를 흔들어놓은 일이 다반사였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지난 1994년 2월부터 연 3.0%였던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1995년 2월까지 6.0%로 인상했다. 1년 사이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3.0%포인트 올리자 신흥국은 줄줄이 위기를 맞았다. 1995년에 아르헨티나에서 외환위기가 터진 것을 시작으로 1997년에는 우리나라와 대만, 필리핀, 태국 등 아시아 신흥국과 브라질, 러시아 등이 외환위기에 휩싸였다.

미국이 올해 연말이나 내년부터 기준금리 인상에 들어갈 경우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금융시장 불안과 경기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금융연합회(IIF)는 ‘신흥시장 자금 흐름’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등 30개 신흥시장에서 투자자금이 5400억 달러 순유출돼 1988년(90억 달러) 이래 처음으로 순유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IIF는 내년에도 순유출 흐름이 이어져 3060억 달러가 신흥시장에서 빠져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경우 신흥국에서 자금 이탈 흐름은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가 신흥국 자금 흐름에 미치는 영향’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이 통화 정책을 정상화(기준금리 인상)하게 되면, 한국과 중국 등 23개 신흥국에서 3개월 이내에 국내총생산(GDP) 규모의 1.24%에 해당하는 자금이 유출될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 경제 성장률이 떨어진 상태에서 미 기준금리 인상이 진행될 경우 신흥국은 자금 이탈에 따른 금융위기와 경기 부진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신흥국 경제가 흔들리면 최근 다소 회복세를 보이는 선진국 경제도 둔화되면서 세계 경제의 저성장 흐름에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