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청약시장 열풍 뒤에 찬 기운이 일고 있습니다.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내외부 환경이 ‘거품(버블)시대’ 진입 신호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죠. 우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주택 과잉 공급을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KDI는 올해 아파트 분양물량(예정 포함) 49만2000가구는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며 2~3년 후 입주 시점에 준공 후 미분양 사태를 우려했습니다. 올해 공급 물량은 2000~2014년 평균인 27만 가구보다 1.8배나 많습니다. 다 알려진 이야기를 KDI가 새삼 보고서로 발표한 것은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죠. 금융권도 신규 아파트 집단대출(시공사 보증으로 개별심사 없이 중도금·잔금을 분양가의 60~70% 대출)이 급증하자 대출 승인에 제동을 걸며 ‘부동산 버블’에 대비하는 모양새입니다. 이는 주택 분양시장의 ‘집단대출’ 리스크(위험)를 드러내 공급 과잉을 경고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요. 물론 금융권은 집단대출 금리도 올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은 최근 아파트 집단대출 금리를 연 3% 선으로 올린다고 합니다. 10월 중순까지도 가장 높은 대출금리가 2.75%였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조만간 주택 집단대출 실태조사에도 착수, 집단대출 리스크 관리에 들어간다고 하네요. 9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집단대출은 90조2713억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서서히 늘고 있는 미분양 아파트도 ‘버블’의 전조로 보입니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9월 말 기준 경기지역 미분양은 1만2529가구로 전달보다 100가구 이상 늘었지요. 수도권 제외 지방 전체 9월 미분양 물량은 1만7975가구로 전달보다 2166가구나 증가했습니다. 지방의 경우 9월 분양한 단지(임대·분양전환임대 제외) 66곳 중 18곳이 미달됐지요. 일부 주택형만 미달된 단지를 포함하면 21곳에 달합니다. 전국 주택 매매거래도 9월의 경우 지난해(8만6700건)보다 600여 건 줄었고요.

부동산시장이 불과 1년 만에 이처럼 버블 전조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탐욕의 대가’입니다. 정부는 경기 회복를 빌미로 앞다퉈 규제를 풀었고, 인허가도 폭발적으로 늘렸지요. 금융권은 이익을 위해 아파트를 담보로 손쉬운 집단대출에 의존했고, 건설·시행사들은 분양물량을 마구잡이로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현재의 부동산 시장은 실수요보다 가수요, 물량공세에 의해 열기를 띠는 형국이지요. 대출을 많이 끼고 있는 1가구 2주택자라면 아파트를 1채 처분할 때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죠. 1가구 2주택 이상인 주택소유자나 일반투자자 모두 탐욕에 동승한 대가는 동반 추락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현재의 부동산시장에서 지혜로운 선택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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