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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가 들려준 이야기 / 진주현 지음 / 푸른숲

재미 법의인류학자 진주현 박사의 ‘뼈가 들려준 이야기’를 읽으면서 생각했다. ‘뼈에 대해 이렇게 몰랐다니!(솔직히 아는 게 별로 없었다.) 그런데 뼈가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단 말이야?’ 죽은 이의 뼈만 봐도 ‘신체 계측’은 당연하고 그가 생전에 무엇을 먹었는지, 움직임이 어느 정도인지, 어떤 질병을 앓았는지를 알 수 있듯이 뼈는 당신이 누구인지를 말하고, 죽은 이의 신원을 확인하며 오랫동안 그대로 남아 생명과 인류 진화의 비밀을 전해준다. 개인에겐 삶의 흔적, 인류에겐 역사의 기록, 억울하게 죽은 사람이라면 세상에 남기는 마지막 말이다.

우리 몸에서 뼈가 만들어지는 과정, 뼈 속 물질, 유전자 같은 뼈에 대한 기본 지식에서 시작해 화석을 통한 인류 진화, 죽은 이의 뼈로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 뼈 연구에 평생을 바친 학자들 이야기로 뻗어 나가는 책은 지식 욕구를 자극하며 페이지를 넘기게 하다 어느 순간 독자들로 하여금 상상력을 발휘해 수억 년 전으로 점프하게 한다.

책은 대중적인 입문서들이 빠지기 쉬운 ‘기본적 지식의 나열’이라는 함정을 가뿐히 넘어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해나간다. 이는 아마도 저자의 이력 덕분인 듯 하다.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에서 고고학을 전공하고 스탠퍼드대에서 석사,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대학생 때부터 온두라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동아프리카 고고학 발굴 현장에서 수백만 년 전 화석을 찾아다니다 지금은 하와이에 있는 미국 국방부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기관에서 한국전쟁, 베트남전쟁과 2차세계대전 당시 실종된 미군 유해를 발굴·분석해 가족에게 돌려보내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장과 학문의 이력이 이렇다 보니 그의 뼈 이야기는 생물학, 해부학에 고고학, 법의학까지 더해진다.

현대인들에게 섹시미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쇄골을 설명할 때도 쇄골이 정자와 난자가 만난 지 불과 5주 만에, 그러니까 우리 몸에서 가장 먼저 생기는 뼈이지만 스무 살이 넘어야 좌우 쇄골이 붙기 시작해 서른이 다 되어서야 완전히 붙는, 우리 몸에서 가장 늦게 완성되는 뼈라는 사실 전달은 기본이다. 이어 시신의 나이 추정에 쇄골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덧붙여 들려준다. “만약 숲 속에서 발견된 유해의 위 팔뼈가 아래 위 양쪽이 다 붙었는데, 쇄골은 아직 떨어져 있다면 그 사람은 몇 살일까. 위 팔뼈가 모두 붙은 것으로 보아 만 20세는 넘었을 것이고, 쇄골이 아직 안 붙은 것으로 보아 20대 후반보다는 적을 거다. 그렇다면 대략 만 20∼25세, 넓게 잡으면 만 20∼30세 정도의 나이로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시신을 연구하기 위한 테네시대 인류학과의 ‘보디 팜’을 비롯해 각종 대학과 연구소가 보유한 뼈 컬렉션 이야기, 파리·딱정벌레 같은 곤충을 이용해 사람이 언제 죽었는지를 추정하는 법의곤충학 이야기는 미국 드라마 CSI 과학수사대를 연상시키듯 흥미진진하다. 그는 언젠가 우리도 미국, 유럽, 중국처럼 제대로 된 사람 뼈 컬렉션을 만들어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국인의 특징을 연구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면서 책을 마무리 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