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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헬기 고작 2대뿐… 노후화
소방 사다리차 접근 25층 한계

72층 아파트 가상화재 훈련때
산소마스크 65층서 작동정지
계단 올라가는데만 18분 걸려

전국적으로 50층 이상 아파트 등 초고층 건물이 급증하는데도 화재를 포함한 대형 재난대비 현황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초고층 건축물에 소방 인력·예산·장비 등은 따라가지 못하고 주민들의 안전불감증도 여전한 것으로 지적된다.

14일 부산 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현재 건립된 전국의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은 95개 동으로 부산에만 28개 동이 집중돼 있고, 이 중 해운대구에만 25개 동으로 서울 전체의 19개 동보다 더 많다. 부산에는 수년 내 60층 이상 ‘해운대 엘시티 더샵’ 아파트 등 10여 개 동이 더 완공될 예정이다. 그러나 지난 2010년 10월 부산 해운대구 우동 38층의 주상복합 건물인 ‘우신 골드스위트’ 화재 발생 시 재난대비가 크게 미흡했음이 드러났다. 당시 화재로 건물 외벽과 꼭대기층을 태워 7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고, 57억7000만 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이후 고층 화재에 대한 경각심으로 각종 대책이 마련되고, 건축기준이 강화됐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예산 부족으로 크게 개선되지 않은 실정이다.

부산 소방안전본부는 2012년 전국 최초로 70m까지 소방인력 투입이 가능한 복합 굴절 사다리차와 높이 400m까지 물 분사가 가능한 고성능 펌프차 1대씩을 도입했다. 그러나 70m라고 해봐야 23~25층 정도까지만 올라갈 수 있다. 현재 부산에만 30층 이상 고층이 316개 동이나 된다. 고성능 펌프차는 물을 분사해도 건물 외벽을 적시는 정도로, 실제 우신 골드스위트 화재 때도 물이 건물 내부로 침투되지 않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부산 소방안전본부는 2013년 4월 해운대구 72층짜리 건물의 67층에서 화재가 난 것을 가상해 대규모 진화와 인명구조 훈련을 실시했다. 이 훈련에서 모든 출동 시간을 제외하고, 소방관이 1층에서 아무런 장애를 받지 않고 20㎏짜리 산소통을 메고 계단을 걸어 올라가서 화재 현장에 도착하는 데 걸린 시간만 18분이 넘었다. 또 계단을 급하게 오르다 보니 평소 50분을 버틸 수 있는 산소통이 10여 분 만에 바닥을 드러내 65층에서 현장에 가보지도 못하고 산소가 소진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려면 소방헬기의 확충과 성능개선이 필수다. 그러나 부산 소방안전본부가 보유한 헬기는 제작기간이 각각 25년, 18년씩이나 되는 노후 소형 2대뿐이다. 소형 헬기로는 고층건물 주변에서 수시로 변화는 기류에 운항이 위험하고, 담수용량이 대당 700ℓ에 불과해 초고층 화재진압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중형급 헬기(대당 210억 원대)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예산편성에만 3년이 걸린다. 또 헬기가 떠도 인명구조를 위해 건물 옥상에 안전하게 이착륙할 수 있는 시설 자체가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헌승(새누리당) 의원의 국감자료에 따르면 부산시내 30층 이상 316개 고층건물 중 관련 법규상 헬기가 안전하게 이착륙할 수 있는 가로 세로 15m의 규격 ‘헬리포트’가 설치된 곳은 85개로 26.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초고층 건물들은 20~30층마다 한 층을 완전히 비워 대피 가능한 ‘피난 안전구역’과 일반 계단 외에 제연 장치가 설치된 ‘특별 피난 계단’을 설치해 화재에 대비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바다 조망권 확보가 쉬워 주민과 건설사들이 초고층을 선호하고 있다. 초고층일수록 인기가 있어 분양도 쉽다. 특히 바닷가 아파트의 경우 조망권이 좋은 곳은 바다가 보이지 않는 곳보다 최고 수억 원씩의 프리미엄이 붙기도 한다. 부산은 서울처럼 고도제한지역이 거의 없는 것도 한 이유로 보인다.

소방안전본부 및 건설사들의 대책 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재난 시 위험대비 매뉴얼 숙지와 행동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 부산 소방안전본부가 1년에 1번씩 하는 주민 소방훈련을 2번씩 실시키로 하고 훈련을 시행 중이지만 실제 참가하는 주민 수는 적은 편이다.

부산=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