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팀의 공격수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이 얼마 전 체면을 구겼다. 지난 2일 열렸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조별리그(L조) 파르티잔(세르비아)과의 2차전. 후반 9분 파르티잔의 코너킥이 아우크스부르크의 문전으로 날아왔는데 지동원의 발등에 맞더니 골문으로 들어갔다.

처음엔 지동원의 자책골로 기록됐으나 UEFA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파르티잔 소속 파브리시오의 골로 인정했다. 자책골의 멍에를 벗었지만 ‘골잡이’ 지동원은 자신의 실수가 아쉬운 듯 의기소침한 표정을 지었다.

축구에선 자책골이 종종 발생한다.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에서 나온 자책골은 모두 15골이다. 12개 구단 모두 한 번쯤은 자책골의 뼈아픈 기억을 지니고 있는 셈. 공을 다루다 보니 엉겁결에 다리, 발, 몸통 등에 맞고 굴절돼 자신의 팀 골문 안으로 공이 들어가곤 한다. 축구에서 자책골은 영어로 ‘Own Goal’(자신의 골)이라고 표현한다.

과거엔 자살골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나 1990년대 초반부터 자책골이란 단어를 쓰기 시작했고, 2000년대 초반까지 자살골과 혼용하다 10여 년 전부터는 자책골로 통일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자책골로 통일된 이유는 자살골이란 어감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핸드볼과 농구도 자책골 상황이 연출된다. 농구처럼 손으로 공을 다루고, 축구처럼 골문 안으로 공을 집어넣어 득점하는 핸드볼은 그러나 자책골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핸드볼에선 빠른 슈팅이 수없이 나오며 골키퍼를 비롯한 수비수들이 손은 물론 발과 몸으로 슛을 막는다. 이 때문에 수비수에 맞고 골문으로 들어가는 골은 일일이 체크할 수 없을 만큼 많다. 대한핸드볼협회에 따르면 수비수의 신체에 맞고 들어가는 골도 슈팅한 선수의 득점으로 인정된다.

농구는 또 다르다. 농구의 경우엔 특히 리바운드를 경합하다 자기 팀의 림으로 공을 넣는 상황이 종종 나온다. 한국농구연맹(KBL)은 자책골이 나오면 상대팀의 주장이 득점한 것으로 인정한다. 상대팀 주장이 출전하지 않고 벤치에 앉아 있는 경우엔 코트에 나선 5명 중 ‘임시’ 주장 역할을 하는 선수의 득점이 된다.

프로농구 초창기엔 상대의 자책골이 나올 경우 주장이 벤치에 앉아있더라도 주장의 득점으로 기록했는데, 출전하지 않은 선수가 득점을 올리는 ‘모순’이 발생했다. KBL은 자책골을 넣은 선수와 가장 가까이 있는 상대 선수에게 득점을 ‘제공’하는 것으로 룰을 개정했다가, 최근 국제농구연맹(FIBA)의 규정을 채용하면서 주장, 또는 임시 주장의 득점으로 인정하고 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