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가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역사 교과서 국정(國定) 전환을 결정하고, 그 실행 절차에 착수했다. 교육부는 현재 검정(檢定) 체제인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는 내용의 ‘중·고등학교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 구분안’을 12일 행정예고했다. 예고 기간을 거쳐 11월 5일 확정 고시될 구분안에 따라 전국의 모든 중·고등학교는 2017년부터 정부가 편찬·발행하는 역사 교과서만 사용하게 된다. 현행 역사 교과서 대다수의 심각한 좌편향 시정을 위한 고육책이라곤 하지만, 정도(正道)는 아니라는 점에서 걱정되는 문제가 한두 가지 아니다.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부가 직접 역사적 사실에 대한 오류를 바로잡고, 역사 교과서의 이념적 편향성으로 인한 사회적 논쟁을 종식하고자 하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으나, 설득력이 약하다. 정부가 역사 해석을 독점하겠다는 발상부터 잘못일 뿐 아니라, 사회적 논쟁이 종식될 리도 없다. 오히려 이념 갈등이 격화할 개연성이 크다. 역사 교과서의 국정 단일화가 전체주의 국가 등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 배경까지 외면했다는 비판도 이어질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1992년 국어 교과서의 국정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하면서도 ‘국정제보다 검인정제, 검인정제보다 자유발행제가 헌법 이념 고양과 교육의 질 향상에 더 적합하다’며 ‘국사의 경우, 어떤 학설이 옳다고 확정할 수 없고 다양한 견해가 나름대로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적시했었다. 황 부총리가 새누리당 대표였던 2013년엔 부설 여의도연구소도 정책 보고서를 통해 ‘세계적 추세에 부합하고 1995년 이후 신자유주의 교육 개혁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교육 정책의 흐름에 맞는 검인정제를 법적·제도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돌이키기 어려운 단계라면 황 부총리 공언대로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이 올바른 국가관과 균형 잡힌 역사 인식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헌법 정신과 객관적 사실에 입각한 교과서”를 제대로 만들기라도 해야 할 것이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이 “집필진은 명망 있고 실력 있는 명예교수부터 노·장·청을 아우르는 팀으로 구성할 것”이라며 정치사·경제사 학자 등도 참여시키고, 좌파 학자에게 문호를 개방하겠다고 천명한 것도 빈말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 앞으로 여러 난제가 있을 것이다. 이제 역사 교과서 국정 전환은 박 정부 평가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역사에 회자될 실정(失政)이 되지 않으려면 각고의 노력과 소통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