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개그콘서트를 하차한 후 가수활동을 해온 신보라가 이번에는 뮤지컬에 도전한다. 정하종 기자 maloo@

개그우먼 신보라(28)가 뮤지컬 배우에 도전한다. 첫 작품인데, 주인공이다. 오는 11월 13일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개막하는 ‘젊음의 행진’에서 오영심 역을 맡았다.

신보라는 KBS 예능 ‘남자의 자격’에서 뛰어난 가창력을 뽐내고, ‘개그 콘서트’의 인기 코너 ‘용감한 형제들’을 통해 가수 못지않은 춤과 노래 실력을 보여주며 큰 사랑을 받았다. 지난해 ‘개그 콘서트’에서 하차한 신보라는 올해 두 번째 싱글 앨범 ‘미스 매치’를 발표하는 등 가수 활동을 하며 개그 무대 복귀를 미뤘다. 그러더니 이번엔 뮤지컬. 신보라의 가무(歌舞)를 생생하게 볼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이제 개그와는 작별인 건가 하는 섭섭함이 교차한다. 복잡한 팬심(心)을 전하고, 진심을 물었다. “뮤지컬 배우로서 인터뷰는 처음이라 무척 떨린다”는 신보라를 지난 7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개그 무대에서 모든 것 소진… “뮤지컬은 다시 채우는 시간” = “지난 5년 동안 모든 걸 쏟아냈어요. 새로운 걸 보여드리려면 다시 채우는 작업이 필요하죠. 지금은 그런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개그를 안 한다는 건 아니다. 다만, 언제 돌아갈지는 모른다. 우선은 그동안 다진 내공을 이번 뮤지컬 무대에서 발산하고, 또 이를 통해 얻은 에너지는 개그 무대 복귀를 위해 비축하겠다는 것. 신보라는 “뮤지컬은 재충전하기에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개그 복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시기를 정해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2007년 초연한 ‘젊음의 행진’(연출 심설인)은 1990년대에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 크게 인기를 얻은 배금택의 만화 ‘영심이’를 원작으로 한 주크박스 뮤지컬(기존 대중음악을 활용한 뮤지컬)이다. 현진영의 ‘흐린 기억 속의 그대’, 알이에프의 ‘이별 공식’, 진주의 ‘난 괜찮아’ 등 당시 히트곡들이 흘러나오고, 영심이만을 일편단심으로 바라보는 왕경태 등 1990년대에 10∼20대를 보낸 지금의 30∼40대에게 친숙한 요소가 많다. 신보라는 “첫 출연이고, 배우는 과정이라서 여러 가지로 힘들다”면서도 “연습 진행 속도가 빠른 편이라고 해서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부모님 맞벌이로 TV가 친구… “1990년대 히트송 익숙해요” = 신보라는 1987년생으로, 1990년대에는 초등학생이었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1990년대’ 복고 코드에 얼마나 공감할까.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집에서 혼자 TV를 보는 시간이 많았어요. 또래보다 당시 히트송을 많이 알고, 만화·영화·드라마 등 대본에 나오는 대부분이 기억나요.”

음악뿐 아니라 ‘영심이’라는 역에도 정이 많이 간다. 실제 자신과 닮아 있기도 하고, 누구나 공감할 만한 평범한 여학생이기 때문이다. “밝은 모습의 영심이가 짝사랑을 하고, 입시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은 학창시절의 향수를 불러 일으킬 거예요. 특히, 저는 극 중 35세가 된 오영심에게 애착이 가요. 사회 생활을 하면서 벽에 부딪히는 모습이 짠해요.”

신보라는 ‘젊음의 행진’의 넘버(삽입곡)가 전형적인 뮤지컬 노래가 아니라 대중 가요라서 자신에겐 행운이라고 했다. 뮤지컬 첫 출연에 대한 부담감을 조금이나마 줄여줬다는 것. 가장 좋아하는 넘버로는 남자 주인공 왕경태가 부르는 이문세의 ‘깊은 밤을 날아서’와 오장박 트리오(오석준·장필순·박정운)의 ‘내일이 찾아오면’ 등을 꼽았다. 각각 신보라가 태어나던 해(1987년)와 세 살 무렵(1990년)에 발매된 곡들이다.

◇4년 전 우연히 본 뮤지컬에 주인공으로… “신기하고 감사” = 신보라는 뮤지컬 배우에 도전한다는 말이 조심스럽다고 했다. 평소 뮤지컬을 자주 보는 편도 아니라고 솔직히 고백했다. “거제도에서 자라서 아무래도 큰 공연을 볼 기회가 적었어요. 서울 올라오고 나서도 몇 편 못 봤는데 그 중 하나가 ‘젊음의 행진’이라는 게 신기해요.”

신보라는 2011년 당시 원더걸스 멤버였던 선예와 함께 ‘젊음의 행진’을 관람했다. 그리고 4년 만에 자신이 봤던 뮤지컬의 주인공으로 발탁됐다. 그 인연이 더 없이 소중할 터. 그는 “유쾌하고 즐거운 여운이 길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 무대에 제가 오를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놀랍고 감사하죠. 재능이 있어도 기회를 잡지 못하는 분들도 많은 걸 알아요. 그러니까 더 열심히, 더 잘할게요.”

신보라가 주연을 맡은 오영심 역은 정가희가 번갈아 연기하며, 왕경태 역에는 조형균과 울랄라세션 멤버인 박광선이 함께 캐스팅되었다. 내년 1월 10일까지. 1666-8662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