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테러, 살인, 유괴, 마약 등 중대(重大) 범죄를 추적하는 수사기관의 손발을 묶다시피 해온 통신비밀보호법의 사각(死角)지대가 일부 해소되게 됐다.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카카오 측과 통신제한 조치 재개 방식에 대해 실무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고, 카카오 역시 “신중한 검토 끝에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른 감청에 협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해 10월 13일 이석우 당시 카카오 대표가 “감청 영장에 대해 7일부터 집행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향후에도 응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촉발된 ‘사이버 법치 저항’ 사태가 1년 만에 수습되기에 이르렀다.

카톡 감청 협조가 종전 방식 그대로 환원되는 것은 아니다. 단체대화방의 경우 수사 대상자 이외의 참여자들을 익명처리하고, 범죄 관련자에 한해 관할 수사기관장 승인을 받은 공문으로 대상자를 특정해 전화번호를 요청하게 된다. 그러나 지난해 9월 18일 대검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적 직후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팀을 급조했고, 사이버 공간에서의 사생활 침해 불안이 증폭되면서 ‘사이버 망명’ 사태까지 빚었던 근본원인이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보긴 이르다. 따라서 빌미를 제공한 검찰도, 영장 집행력조차 부정한 카카오도 앞으로는 범죄 수사와 사생활 보호의 균형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책임이 무겁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2항도 감청은 범죄 수사 또는 국가 안보를 위한 보충적 수단이며, 통신비밀 침해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당위를 강조하고 있다.

휴대전화 감청 문제도, 법치와 정보통신기술(ICT)의 공동 노력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외양이 비슷하다. 휴대전화의 경우, 지금도 감청 영장을 집행할 수 있는 현실적 수단이 없다. 이동통신사의 감청설비 의무화를 위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긴 하지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방치해왔기 때문이다. ‘친박’ 홍문종 위원장부터 ‘카톡 합의’ 취지를 이해하고, 그 연장선에서 소임을 다하기 바란다. 법치와 안보 현실을 감안할 때 한시가 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