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얼굴도 모두 숨긴 채 불우 이웃을 돕기 위해 거액을 기부해온 ‘신월동 주민’이 이상락(62) 씨인 것으로 밝혀져 새삼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모친이 별세한 지 11년째인 2011년에 1억1000만 원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4년 동안 매년 1억 원 남짓을 구세군 자선냄비에 ‘신월동 주민’ 명의로 넣어온 주인공이 서울 양천구에서 타일 판매업을 하는 이 씨라는 사실이 우연한 계기에 드러났다고 7일 보도됐다.

그의 기부는 단순한 선행(善行)을 넘어 사회를 비추는 희망의 빛이라고 할 만하다. 어린 나이에 부친을 여의고 모친 손에 이끌려 상경한 뒤 간난신고(艱難辛苦) 끝에 모은 돈을, 그것도 익명으로 사회에 내놓는다는 것은 웬만한 재산가들도 하기 어려운 일이다. 인쇄소 사환, 막일꾼, 술집 웨이터 등을 전전하다 중동 건설 현장에 파견돼 2년 간 모래 바람을 견디며 일한 돈으로 서울에 처음 집을 장만했었다는 그가 근면과 성실로 일관해온 삶도 돋보이긴 마찬가지다. “별을 보고 출근하고 달과 함께 퇴근하는 게 자랑스러웠다”는 회고는 대한민국 성취의 배경을 되새겨보게도 하는 것이다.

2013년 기부 당시 1억 원짜리 수표를 담은 봉투에 함께 넣었던 편지는 각계 각층의 모든 국민이 어떤 가치관과 국가관을 가져야 하는지도 보여준다. 그는 ‘나라가 어려웠던 시절에 나라의 부흥, 경제 발전, 고도 성장 주역이셨던 분들이 지금은 나이가 들어 병마에 시달리는 불우 이웃이라면, 이분들이야말로 이웃의 도움이 필요하고 나라의 도움을 받아야 할 분들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런 식의 생활 자세와 신념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오늘을 이룬 밑거름이 됐을 뿐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가는 자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