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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남북 정상 간 핫라인’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김만복(사진) 전 국정원장을 비밀 누설 등의 혐의로 고발, 검찰이 배당절차를 진행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7일 “김 전 원장 고발장이 어제(6일) 오후 늦게 접수돼 이날부터 배당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고발장에서 김 전 원장이 공무원의 직무상 비밀 누설 금지를 규정한 형법 127조와 국정원 직원의 비밀유지 의무를 규정해 놓은 국정원직원법 17조를 위반했다고 적시했다.

김 전 원장은 지난 2일 노무현 재단이 주최한 ‘10·4 남북정상선언 8주년 국제심포지엄’에서 “남북 정상 간 핫라인 의사소통 구조가 있었다”면서 “남측 핫라인은 국정원에 있어 24시간 상시 대기하면서 그 라인으로 온 것은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뜻으로 알고 바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가 됐다”고 말했다. 언론 인터뷰에서는 “당시 노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에 상시 전화통화를 할 수 있는 핫라인이 뚫려 있었다”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 남북정상회담 비화를 담은 회고록 ‘노무현의 한반도 평화구상-10·4 남북정상선언’을 공동 집필했고, 이 책에서 김 전 원장은 남북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관련한 내용 등을 언급했다.

국정원은 김 전 원장의 이 같은 행동이 비밀 엄수를 규정한 관련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법적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전 원장의 발언이나 회고록 내용이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지 검토한 뒤 김 전 원장 소환 조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형법 127조는 공무원이었던 자의 직무상 비밀 누설을 금지하고 있다. 국정원직원법 17조 역시 재직 중은 물론 퇴직한 후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선 안 되고, 발간·공표 시에는 미리 원장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했다. 김 전 원장은 2007년과 2011년에도 비밀 누설 혐의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지만 각각 입건유예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번 세 번째 수사에서는 어떤 처분을 받을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한편, 국정원은 지난 3일 김 전 원장이 발간한 회고록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에 판매·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해 법원에서 심리가 이뤄지고 있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