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명 수상’고에너지물리분야
국내엔 연구소 단 한곳도 없어

“10년이상 지원 계속해야 성과”

일본이 2015년 노벨물리학상을 비롯해 기초과학 분야에서만 2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 과학기술 지원제도의 재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과학기술 관련 정부 예산이나 기업들의 연구·개발(R&D) 투자비가 응용과학 분야에 주로 투입되고,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인색한 현실에서 노벨상 수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7일 미래창조과학부와 과학계에 따르면 일본인 과학자가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데 이어 6일에는 일본 도쿄(東京)대 가지타 다카아키(梶田隆章) 교수가 그동안 질량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던 중성미자가 진동을 일으켜 또 다른 중성미자로 변환되는 과정을 밝혀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과학계에선 이처럼 일본이 기초과학에 강한 이유에 대해 양국의 기초과학 연구 풍토가 다르다는 점을 들고 있다. 5년마다 정권이 바뀌고 정책이 달라지다 보니 연구자들이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역대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분포를 보면 전체 수상자 199명 중 55%인 107명이 고에너지 물리(입자물리·핵물리·천체물리) 분야에서 배출됐다. 이에 따라 각국에선 고에너지 물리연구소를 만들어 이 분야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고에너지 물리연구소가 6곳이나 되고, 일본과 중국도 이미 1970년대 초에 고에너지 물리연구소를 설치한 바 있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고에너지 물리연구소가 없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박인규 서울시립대 물리학과 교수는 “일본과 중국은 이미 1970년대부터 고에너지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집중했고, 그로부터 30∼40년 뒤 이 분야의 노벨상을 배출하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가 지금 당장 투자를 시작한다고 해도 2050년이나 돼야 노벨상 수상이 가능하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현행 연구지원 제도가 장기 연구를 가로막는다는 불만도 높다. 휴보로봇으로 미국에서 열린 재난 로봇 경진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오준호 카이스트 교수는 “적은 연구비라도 열정 있는 교수들에게 꾸준히 10년 이상만 지원한다면, 놀랄 만한 성과가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양수 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