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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터뷰를 위해 한기호 소장이 지난 2006년에 내놓은 자전적 에세이 ‘열정시대’(교양인)를 읽었다. 어린 시절부터 대학 시절, 창비 시절을 거쳐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를 열고 ‘기획회의’를 만든 이야기였다.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그는 ‘열정시대’ 이후 지난 10년 가까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여전히 일을 벌이고 있고, 여전히 열정적이지만 돈은 벌지 못하고, 여전히 표현은 에둘러가는 법이 없이 직설적이다. 좌충우돌하고 아니다 싶으면 글로 써버리니 반대파들도 꽤 많다. 그는 참 여전하다.

그동안 달라진 것이 있다면 ‘어머니와 함께 사는 싱글 아들’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이다. 2009년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치매 초기 어머니를 홀로 모시게 된 그는 요즘 매일 아침 찌개를 보글보글 끓여 어머니와 함께 아침밥을 먹는다. “어머니를 모시면서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이제는 누구라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것 중 하나는 어머니를 모시겠다고 한 일이다. 치매 초기의 어머니를 모신 지 6년,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어머니의 지혜를 배웠다. 침묵으로 올바른 인간관계를 가르쳐 주는 큰 스승이다. 병든 노년은 상실의 미끄럼틀이 아니다. 단 한 사람의 가족이라도 손을 잡아주면 누구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어머니도 넉넉해지셨다. 나는 어머니가 인간의 자존심을 최대한 끝까지 지키도록 해 드리고 싶다. 지금은 어머니 일이지만 곧 내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는 지난 6년간의 일상 기록을 묶어 ‘나는 어머니와 산다’(어른의 시간)를 지난 2월 내놨다. 그가 ‘어른의 시간’이라는 출판사를 시작한 것도 어머니와 함께한 일상이 큰 몫을 했다. 어머니는 책을 보고 뭐 이런 걸 썼냐고 하시면서도 좋아했다고 한다. 또 책을 통해 주변에 한 번도 털어놓지 못했던 감정을 내놓으면서 6남매의 우애도 더 깊어졌다고 했다. 그는 지난 2월 일본 노년 심리학 전문가가 부모를 간병하는 아들 28명의 간병기를 담은 ‘아들이 부모를 간병한다는 것’을 ‘어른의 시간’ 첫 책으로 출간한 뒤 은퇴, 노년 등과 관련된 책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