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정종섭(가운데) 행정자치부 장관이 지난 5일 오후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지방재정발전 대시민 토론회에 참석, 발언을 하고 있다. 행자부 제공

여수 2013년 결산액 줄었지만
축제·행사경비 전년比 46억↑
교부세 50억 줄여 ‘제재’가해

김천·구리·정선도 낮은 점수
페널티로 지원 감축 개혁 유도

단체 보조금 예산규제도 강화
“민간서 감시 재정누수 막아야”

전남도는 지난 2010년부터 4년 동안 ‘포뮬러(F)1 그랑프리코리아’ 대회를 개최하면서 누적 적자 1910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수백억 원의 적자에 시달리자 전남도는 2016년까지 개최한다는 계약을 어기고 2014년부터 대회를 중단했다. 전남도는 경주장을 건설하며 발행한 1980억 원 규모의 지방채도 갖고 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전남은 지난해 지역별 행사축제 예산집행액 분야에서 전년 대비 489억 원을 줄이며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F1 대회가 얼마나 ‘돈먹는 하마’였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남 여수시는 2013년 결산 기준 행사·축제성 경비로 112억3700만 원을 썼다. 결산 대비 비율은 1.3%로 2012년 결산 대비 비율 0.7%에 비해 0.6%포인트 늘었다. 전남 여수시의 2013년 결산액은 8792억9600만 원으로 전년(9519억9400만 원)보다 오히려 726억8800만 원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사·축제성 경비는 전년보다 46억4200만 원 증가한 것이다. 강원 정선군도 2013년 행사·축제성 경비로 47억7700만 원을 썼다. 이는 전년(2012년 결산)에 비해 27억8800만 원 늘어난 것이다.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공동 노력으로 최근 재정 건전성 지표가 다소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모든 자치단체들이 허리띠를 졸라맨 것은 아니다. 지방재정에 대한 국민 불신이 큰 편인데 상당 부분 자치단체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전남의 F1 대회 사업·강원 알펜시아 등 무리한 사업 추진, 민간단체 관행적 보조금 지급 등 방만 운영, 과다한 축제·행사 개최 등 자치단체의 선심성·낭비성 지출이 누적되면서 지방재정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사실 자치단체 차원의 행사와 축제는 자치단체 주민들에게 즐거움을 제공, 삶의 활력소 역할을 한다는 긍정적인 면을 갖고 있지만 과다 경비 지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자치단체 스스로 적정한 선에서 제어를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러지 못한 자치단체들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행자부는 자치단체별 행사·축제 경비 지출 보통교부세 인센티브(페널티) 반영규모와 순위를 공개하기로 했다. 행사·축제 경비절감 항목은 보통교부세 세출효율화 항목의 하나로 2015년 반영규모는 1028억 원이다. 특별·광역시에선 세종, 광주, 울산, 서울 등이 인센티브를 받았고 도에선 경남만 인센티브를 받았다. 시 단위에선 경북 안동, 충북 충주, 전남 광양 등이 행사·축제 경비절감 분야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센티브는 덤이다. 하지만 전남 여수, 경북 김천, 경기 구리, 경남 사천 등은 페널티를 받았다. 또 강원 정선, 경기 가평, 충북 음성 등은 군 단위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페널티를 받았다. 보통교부세에서 일부를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가령 전남 여수의 경우 보통교부세 약 50억 원의 페널티를 받았다.

정부는 지방에서의 행사축제 원가도 전면 공개하기로 했다. 주민 참여 방식을 통해 지방 재정 방만 운영 행태에 압박을 가하겠다는 것이다.

보조금 예산도 마찬가지다. 자치단체는 민간이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사무, 사업, 행사 중 권장할 필요가 있는 경우 개인 또는 단체에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는데 최근 수년간 보조금 예산 증가율이 예산 증가율보다 훨씬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 기준 또는 보조금 취지에 어긋난 보조금 예산 편성도 심심찮게 있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보조금 예산 편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예산낭비신고센터 국민디자인단에 참여한 디자인 전문회사 ‘디자인 뮤’의 이정은 전략기획실장은 “지방재정 개혁에 대한 정부 의지는 확고한 것 같다”며 “지방 재정 관련 식견을 갖춘 제3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지방 재정 집행에 대한 자율 감시 활동을 수행할 때 지방 재정 누수를 가장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