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동성결혼 반대하지만 동성애자에 자비 베풀어야”

로마 교황청이 제14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를 열고 이혼 및 동성결혼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바티칸이 동성애 성향의 성직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수녀원으로 보낸다”는 전직 신부의 증언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시노드 개막 전날인 지난 3일 한 폴란드 태생의 바티칸 고위성직자가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밝히면서 바티칸의 동성애 논쟁을 촉발한 후 나온 이번 증언의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5일 이탈리아 일간 라리퍼블리카는 “바티칸이 동성애 성향의 사제들을 고쳐야 한다는 명목으로 이들을 수녀원에 보내곤 한다”는 전직 신부 마리오 본판티(44)의 증언을 보도했다. 본판티는 “이탈리아 트렌토에는 성적소수자임을 밝힌 사제들에게 ‘그의 인생과 앞날에 대해 반성하도록(reflect) 하는 장소’로 쓰이는 수녀원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본판티가 밝힌 수녀원은 지난 1928년 세워진 벤투리니 수녀원이다. 영국 텔레그래프의 이날 보도에 따르면 해당 수녀원 웹사이트에는 “우리는 많은 사제들을 수용할 수 있으며, 그들에게 ‘자신이 직면한 문제’를 고민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는 설명이 나와 있다.

이날 시노드 총회에 참석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혼·재혼 및 동성애 문제 논의에 돌입한 주교들에게 솔직하게 발언해 달라고 당부하며 특히 “시노드는 절충안과 협상 등을 통해 합의해야 하는 의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지난 4일 바티칸의 성바실리카 성당에서 열린 시노드 개회 미사에서 “동성결혼은 허용할 수 없지만, 교회는 동성애자에게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며 바티칸의 동성애 논쟁에 대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교황의 발언은 앞서 폴란드 출신 크리스토프 올라프 카람사(43) 신부가 자신의 커밍아웃과 함께 촉발시킨 동성애 논쟁에 대한 응답으로 풀이된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