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개발에 미국과 일본 등이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AI 기술이 비약적인 발전할 수 있었던 계기는 ‘딥러닝(Deep Learning·심층학습)’이라는 새로운 기술의 등장이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전에 입력된 데이터를 통해서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던 AI는 이를 통해 이전에 겪어보지 않는 상황에 봉착하더라도 자체적으로 해결책을 찾아내는 능력을 지니게 됐다.

2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정보학 연구자인 마쓰오 유타카(松尾豊) 도쿄(東京)대 부교수는 딥러닝 기능에 대해 “50년에 1번 나오는 돌파구”라고 말했다. 딥러닝은 학계나 관련 업계에서 향후 정보기술(IT) 업계를 이끌어갈 메가 트렌드로 여겨지고 있으며, 이 기술의 등장을 통해 AI 응용 기술의 로드맵이 드러났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딥러닝 기술은 인간의 뇌를 모형으로 한 뉴럴네트워크(신경회로도)의 일종이다. 네트워크 층을 몇 번이고 중첩해 AI의 성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기존의 AI는 문제를 능숙하게 풀기 위한 정보를 사전에 입력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딥러닝 기술이 적용된 AI는 이런 과정이 불필요하며 스스로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정답에 근접해 갈 수 있다.

지난 2012년 AI의 화상인식 능력을 겨루는 한 대회는 딥러닝의 위력을 증명하는 자리가 됐다. 딥러닝 기술을 적용한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팀의 AI는 다른 팀의 AI에 비해 현격한 성적으로 대회에서 우승했다.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 AI의 능력은 이후에도 계속 향상돼, 지난 봄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은 인간의 수준을 뛰어넘는 화상인식 능력을 지닌 프로그램을 발표하기도 했다.

딥러닝 기술의 적용은 화상인식 분야에 그치지 않는다. 기존의 기술로는 로봇이 감당할 수 없었던 숙련공의 작업을 이제는 로봇이 대신하기도 하며, 인간이 해내기 어려운 특정 제품에 대한 최적의 생산과정 설계를 로봇이 해내기도 한다. 이런 현실도 딥러닝 기술이 적용된 AI의 활약이라고 할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25년쯤에는 언어를 스스로 이해하고, 2030년쯤에는 지식을 스스로 습득하는 AI가 개발될 것이란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며 “미국의 구글 같은 기업은 이런 기술들을 보유한 벤처 기업들을 속속 매입하는 등 관련 업계도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