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신경숙(왼쪽) 작가가 29일 미국 뉴욕 ‘반스앤노블’ 서점에서 연 ‘독자와의 만남’ 행사에서 현지 작가인 마이클 펄먼 씨와 기념촬영을 했다. 펄먼의 페이스북 캡처

“석달만에 복귀 성급하다”
“공식 해명도 없어 부적절”
문학동네 “우리도 몰랐다”

표절 시비에 휘말렸던 소설가 신경숙(52)이 대표작 ‘외딴방’의 영문판(The Girl Who Wrote Loneliness) 출간에 맞춰 최근 미국에서 공식적인 외부활동에 나섰다. 지난 6월 표절 사태 당시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히며 잠적한 뒤 복귀 행보를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국내 독자에게는 아무런 사전 설명 없이 활동을 재개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신 작가의 해외판권 대행사인 KL매니지먼트 이구용 대표는 1일 문화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신 작가가 29일(현지시간) 저녁 뉴욕 퀸즈 포리스트 힐에 위치한 ‘반스앤노블’ 서점에서 팬 사인회, 질의응답 등을 포함한 ‘독자와의 만남’ 행사를 했다”고 밝혔다. 신 작가는 이미 지난달 23일 ‘외딴방’ 영문판 홍보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표는 “현지 출판사에서 마련한 프로모션 자리였다”며 “이 서점이 외국 작가를 초대해 행사를 여는 것이 이례적인 일이고, 신 작가 또한 자전적 소설인 ‘외딴방’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참석을 어렵게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현지 서점으로부터도 행사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며 “신 작가는 미국에 더 머물면서 책을 소개하는 행사를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외딴방’ 영문판은 지난달 15일 미 출판사 ‘페가수스북스’를 통해 현지 출간됐다. 지난해 11월 판권이 팔렸고, 1년 가까운 번역 작업을 거쳐 서점가에 나온 것이다. 신 작가로서는 2011년 ‘엄마를 부탁해(Please Look After Mom)’와 2013년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I’ll Be Right There)’에 이은 세 번째 미국 진출이다.

‘외딴방’은 미국 현지 언론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18일 주말 북리뷰에서 “신경숙은 많은 미국인에게는 아주 먼 시간과 공간에 관해 썼다. 하지만 여러 면에서 그는 특별한 보편성을 띤다”고 평했다. 미국 공영 라디오 NPR도 23일 “‘외딴방’은 답을 주는 것보다 더 많은 질문을 던지는 잊을 수 없는 놀라운(remarkable) 소설”이라고 호평했다.

하지만 신 작가가 표절 논란이 불거진 지 겨우 석 달 만에 복귀 수순을 밟으면서 국내에서는 “성급한 행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는 표절 사태 당시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숙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학평론가 황인찬 씨는 “자숙의 진정성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며 “공식적인 해명이나 입장표명 없이 미국으로 도망치듯 건너가 공식 활동을 시작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엄마를 부탁해’의 미국 출간 당시 적극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해외 반응을 국내에 소개한 ‘창비’와 달리, ‘외딴방’의 국내 판권을 가진 ‘문학동네’는 영문판 출간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출판 관계자는 “신 작가가 미국에서 활동을 재개한 것을 ‘문학동네’가 모를 리 없다”며 “그의 조용한 복귀를 동조하거나 최소한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학동네 측은 “신 작가의 해외 활동은 모두 KL매니지먼트에 위임돼 있다”며 “미 현지 서점에서 행사를 연 것도 사후에 알았다”고 밝혔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