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코믹스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히어로들이 세계 무대에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아이언맨, 헐크, 캡틴아메리카, 토르 등이 ‘따로 또 같이’ 전략으로 충무로를 비롯해 전 세계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죠. 이들이 등장하는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부러운 게 하나 있는데요. 단순히 세계를 호령하는 영화를 보유한 것이 아니라, 연속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시리즈 영화에 대한 부러움입니다.

어느 순간, 충무로에서 시리즈물이 사라졌습니다. ‘가문의 영광’ ‘두사부일체’ ‘색즉시공’과 같은 조폭 코미디물에 대한 시선은 엇갈렸지만 ‘공공의 적’이나 ‘여고괴담’ 같은 걸출한 작품도 있었죠. 하지만 두 영화는 각각 7년, 6년째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반면 할리우드에는 마블 시리즈 외에도 올해 개봉된 ‘미션 임파서블’ ‘분노의 질주’ ‘터미네이터’를 비롯해 속편을 준비 중인 ‘트랜스포머’ ‘쿵푸 팬더’ 등 시리즈물이 즐비합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요? 여러 충무로 관계자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형만 한 아우가 없는 법”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전편을 뛰어넘는 속편을 만들기 어렵고, 괜한 속편을 만들었다가 질책당하기도 원치 않는다는 거죠.

그렇다면 할리우드는 왜 형보다 나은 아우가 즐비할까요? 결국은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영화 촬영을 시작하는 크랭크인 전 준비 단계를 프리 프로덕션이라 합니다. 할리우드는 한국에 비해 이 기간이 상당히 길고, 인력과 자본 투입 규모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죠. 특히 작가 구성에 신경을 씁니다. 메인 작가만 5, 6명이고 아이디어 작가와 구성 작가까지 더하면 수십 명이 대본 작업에 달라붙습니다. 많은 작가가 머리를 맞대니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는 거죠.

감독의 목소리가 유난히 큰 것도 한국 상업 영화가 시리즈물로 거듭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 하지만 예술 영화가 아닌 상업 영화는 변덕이 심한 관객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틀을 흔들고 새로운 이야기를 채워야 합니다. 그래서 프로듀서의 역할이 큰 할리우드에서는 영화가 흥행에 실패해도 ‘감독 탓’만 하지 않죠. 프로듀싱과 제작 시스템의 실패로 보는 경향이 큽니다. 결국 충무로 역시 개인의 역량보다는 시스템의 보완이 시리즈 영화를 활성화시킬 방안이라 볼 수 있습니다.

시리즈 영화는 단순히 전편의 후광에 기댄 작품이 아닙니다. 한 번으로 떠나 보내기 아쉬운 캐릭터와 이야기 틀의 보존이죠. 최근 1300만 관객을 모은 ‘베테랑’의 속편 제작 소식이 반가운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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