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이중잣대’… 세월호 천막은 되고 태극기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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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심의위 절반이 진보 인사
정치성향 반영 처사 눈초리

보훈처 태극기 게양대 추진
市, 시민불편 내세워 난색

세월호 천막은 1년넘게 허가
“불편 알지만 유족 아픔 고려”

‘세월호 천막(사진)은 되고, 태극기는 안 되고….’

서울시가 정부의 광화문광장 태극기 게양대 설치 계획에는 난색을 표하면서 정작 불법인 세월호 천막 철거를 외면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가건물 형태로 바꿔 1년 넘게 시민 불편을 초래해온 세월호 천막은 모른 체하면서도 공간을 훨씬 덜 차지하는 태극기 게양대에만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앞뒤가 뒤바뀐 ‘엇박자 행정’이란 비판에 직면했다.

25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최근 세월호 유가족 측은 2014년 7월 14일 설치돼 1년 이상 광화문광장을 불법 점유 중인 일부 세월호 천막에 부과된 변상금 중 약 310만 원을 납부했다. 유가족 측이 직접 세운 천막(3개 동)은 서울시 허가를 따로 받지 않은 불법 천막이기 때문에 하루 5950원씩 변상금을 부과하고 있다.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사용 및 관리 조례’에 따라 광화문광장에서 집회와 시위는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현재 광화문광장에는 시가 유가족 지원을 명분으로 세운 11개 동과 유가족이 직접 세운 3개 동 등 총 14개 동의 천막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적지 않은 시민들은 “모두의 공간이어야 할 광화문광장이 세월호 천막에 장기간 불법 점유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지만 시는 여전히 철거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시민 불편을 이해하지만 세월호 유가족 아픔도 고려해 천막을 당장 철수하기보단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시는 국가보훈처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2016년 8월 15일까지 광화문광장에 대형 태극기 게양대(높이 약 46m)를 세우려는 계획에 대해선 시민 불편을 명분으로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대신 광화문광장이 아닌 시민열린마당에 태극기를 설치하거나, 올 연말까지만 광화문광장 태극기 설치를 대안으로 내세웠다.

한편, 광화문광장에 태극기 게양대와 ‘호국보훈의 불꽃’ 등 정부 상징물을 건립하는 사업이 잇따라 무산된 것은 광장 사용 여부를 심의하는 열린광장운영심의위원회 위원 중 절반 이상을 박원순 서울시장과 정치적 성향이 유사한 시민단체 인사로 채웠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회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 이노근(새누리당) 의원이 국가보훈처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열린광장심의위는 2012년 호국보훈의 불꽃 건립에 반대한데 이어 지난 6월 국가보훈처와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태극기 게양대 설치 업무협약 체결에도 불구, 석연찮은 이유로 반대했다. 이 의원 측은 “심의위 위원 9명 중 5명은 박 시장과 성향이 유사한 정치색채를 보유한 시민단체 인사로 구성됐다”며 “위원들의 좌편향 정치성향이 반영된 결과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열린광장심의위는 태극기 설치 불허 사유로 광화문광장 이용 시민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안전상 위험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 측은 “대형 태극기가 광장의 통행을 방해하기 때문에 설치할 수 없다면 세월호 불법 천막에도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 측에 따르면 열린광장심의위 위원들은 각종 탈핵·반정부 집회에 자주 참여한 시민단체 간부들과 야당 서울시 의원 등이다.

정충신·최준영 기자 csjung@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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