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기름 뿌리는 피의자 ‘트렁크 살인 사건’ 피의자 김일곤(가운데)이 23일 오전 서울 성동구 한 빌라에서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차량에 라이터용 기름을 뿌리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일곤(48)은 트렁크에 시신이 들어 있는 차량에 불을 붙이는 범행 당시 장면을 태연히 재연했다.

23일 오전 검거 당시 입고 있던 회색 긴팔 티셔츠와 파란 바지를 입고 포승줄에 묶여 서울 성동구 한 빌라 근처에서 현장 검증을 진행한 김 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모습이었다.

김이 주모(여·35) 씨 시신을 트렁크에 실은 차량을 이 빌라 주차장에 주차한 뒤 운전석에서 내려 제일 먼저 한 일은 훔쳐 바꿔 달았던 번호판을 원래 주 씨 차량의 번호판으로 교체하는 것이었다. 김은 지난 11일 울산에서 제네시스 차량 번호판을 훔쳐 주 씨 차량 번호판과 바꿔 달고 다녔었다.

이후 뒷좌석에 탄 김은 라이터용 기름을 시신이 있는 트렁크 쪽과 뒷좌석에 연달아 뿌렸다. 김은 차에서 내려 조수석과 운전석을 향해 다시 기름을 뿌리고 가지고 있던 라이터로 불을 지르는 모습을 재연했다. 김은 앞선 경찰 조사에서 차량 안에 본인의 유전자가 남아 있어 범행이 들통 날 것 같아 차량에 불을 질렀다고 진술한 바 있다.

태연하고 담담하게 범행 당시를 재연하는 김의 모습에 지켜보던 주민들은 한숨을 쉬고 가슴을 치기도 했다.

박효목 기자 soarup6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