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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개 생필품 가격 조사
5년간 43개 품목 ‘상승’
물가지수-실생활 괴리

최근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월대비 9개월째 0%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52개 생활필수품의 최근 5년간 가격 변동을 살펴봤더니 단 9개 품목만 가격이 하락했을 뿐 대부분의 생활필수품 가격이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민들이 “체감 물가와 지표 물가의 격차가 너무 심하다”라고 주장하는 것이 상당한 근거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3일 기획재정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관영(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민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52개 생활필수품 중에서 최근 5년간 가격이 내려간 품목은 단 9개에 불과한 반면, 43개 품목의 가격은 올랐다.

2010년을 100으로 봤을 때, 2010∼2014년 5년 동안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은 고추장으로 50.2%나 급등했다. 그 뒤를 이어 △도시가스(32.5%) △두부(29.5%) △달걀(29.2%) △쌀(26.3%) 등의 순으로 많이 올랐다. 이 기간에 주거비(전·월세 가중평균)도 13.9% 올랐다. 주거비의 경우 올 들어 전세의 급격한 월세 전환으로 크게 오르고 있기 때문에 올해분까지 포함할 경우 상승 폭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스낵과자(24.7%), 위생대(24.3%), 빵(23.4%), 우유(23%), 등유(21.3%), 이미용료(이·미용료 가중평균, 21.2%), 목욕료(20.4%), 학원비(음악학원비, 초·중·고생 학원비의 가중평균, 17.1%) 등의 가격이 많이 올랐다.

반대로 2010∼2014년 5년 동안 가격이 가장 많이 내려간 품목은 무로 49.5% 하락했고, 그 뒤를 이어 배추(45.6%), 파(42.2%) 등 채소류와 보육시설이용료(44%) 등의 순이었다. 이 밖에도 양파(13.3%), 마늘(11.6%), 납입금(유치원, 고교·사립대·국공립대·전문대 납입금 가중평균, 9.7%), 이동전화료(7.7%), 샴푸(4.7%) 등의 가격이 내렸다.

이에 따라 최근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지난 8월까지 9개월째 전월대비 0%대의 낮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지만, 실제로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는 것이 상당히 근거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청은 현재 481개 품목으로 작성한 소비자물가지수, 체감 물가를 설명하기 위해 구매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높아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2개 품목으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를 매월 발표하고 있지만 국민들이 실제로 피부로 느끼는 물가와의 격차가 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체감 물가는 구매 빈도, 비교 시점, 가격상승 품목에 대해 더욱 민감한 심리적 요인 등에 의해 달라진다”며 “생활물가지수 및 전·월세 포함 생활물가지수, 채소·과실·생선 등을 대상으로 한 신선식품지수 등을 보조 지표로 공표해 지표 물가와 체감 물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