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4일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도의 나로우주센터에서 기술진이 한국형발사체 엔진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연소기·터보펌프 등 기반기술
수백번 시험 거쳐 데이터 축적

75t급 4개 묶으면 300t 추진력
2020년까지 3단로켓 2회 발사
신뢰성 확보되면 달탐사도 가능

지난 14일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도의 나로우주센터. 2013년 1월 30일 두 차례의 실패 끝에 나로호 발사에 성공했던 역사의 현장을 다시 찾았다.

이곳에선 나로호에 이어 순수 국내 기술의 우주로켓, 한국형발사체의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총 3단계로 추진되는 ‘한국형발사체 개발 사업계획’은 지난 7월 1단계 계획을 마무리하고, 이미 8월부터 2단계 사업에 돌입했다.

한국형발사체는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에 투입할 수 있는 3단형 발사체다. 오는 2021년까지 1조9572억 원의 자금이 투입된다.

나로우주센터에는 나로호 발사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시설들이 많이 들어섰다. 발사체 엔진 개발을 위한 추진기관 시험설비다. 이는 그동안 우리나라에 없던 시설로 독자적 로켓 개발의 최대 장애 중 하나였다. 이제 로켓 엔진 개발을 위해 필요한 시험설비가 구축된 것이다.

이 시험시설에서 나로호를 통해 확보된 기술과 경험을 토대로 개발한 한국형발사체의 7t 엔진과 75t급 액체 로켓 엔진의 구성품과 총조립품의 시험이 진행된다.

한국형발사체 3단에 쓰이는 7t급 엔진은 이미 연소시험에 돌입했다. 조남경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책임연구원은 “7t급 엔진의 경우 연소기, 터보펌프 등을 조립한 엔진을 점화하고 초기 연소하는 데까지 성공했다”며 “앞으로 연소시간을 500초까지 늘려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국형발사체 개발에 핵심인 75t급 엔진도 본격적인 시험의 진행을 앞두고 있다. 터보펌프 등 75t 엔진에 필요한 핵심 구성품은 개발이 진행되어 이미 시험을 수행 중이다.

엔진의 심장 역할을 하는 터보펌프 시험장에서는 연구원들이 이것저것 점검을 하고 있었다. 터보펌프는 연료와 산화제가 섞여 연소가 이뤄지는 연소기의 내부로 연료와 산화제를 고압으로 공급하는 기능을 한다. 75t 엔진의 터보펌프는 초당 영하 183도의 액체 산소 170㎏과 상온의 연료(케로신) 70㎏을 서로 섞이지 않게 공급해야 한다. 연구팀은 300∼400번씩 반복 시험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했다고 전했다. 터보펌프팀의 배준환 선임연구원은 “실제 로켓 가동에 필요한 작동조건(설계점)뿐 아니라 고속·저속·고유량·저유량 등 가정해볼 수 있는 특이상황(탈설계점)에서의 실험을 진행해 어떤 조건에서도 엔진 작동에 문제가 없도록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한국형발사체 개발은 성공을 위한 상당히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왔다. 하지만 기술진의 표정에는 긴장이 역력했다. 구성품 개발의 성공이 엔진 개발 전체의 성공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개발한 엔진이 실제 로켓에 사용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엔진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로켓은 고온, 고압, 극저온, 고진동, 진공 등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극한 환경에서 작동해야 하는 고난도 기술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어디 한 곳이라도 잘못되면 실패로 이어진다.

연구팀에 따르면 로켓 엔진 개발의 최대 난제 중 하나는 연소 불안정 현상이다. 연료와 산화제가 제한된 환경에서 고압으로 만나 연소하며 발생할 수 있는 연소 불안정 현상은 공식화된 이론도 없다. 문제가 나타나면 설계를 바꾸고 형상을 변경하며 수정해 가야 하는 어려운 싸움이 시작된다. 항우연은 나로호 개발 과정에서 30t급의 액체엔진 개발 경험과 기술이 있지만 한국형발사체에 사용하는 엔진은 또 다른 새로운 엔진이다.

앞으로 7t 엔진은 약 160회, 75t급 엔진은 약 220회 시험이 계획되어 있다. 시험은 준비와 시험, 결과 분석 등의 주기를 거쳐야 해서 1주일에 한 번 정도 진행된다. 지금까지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상주해 온 연구진이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결코 녹록지 않은 것이다.

한국형발사체 개발은 앞으로 각 구성품의 성능시험과 발사체 총조립, 성능 인증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한국형발사체 개발에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세계 무대에서 우주발사체 자립국으로서 국제적 위상을 달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우리나라가 원대하게 추진하는 달 탐사 프로젝트도 한국형발사체를 확장해 수행할 예정이다.

박양수 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