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여름날에 작열하는 무더위를 지나 서서히 가을을 기다리면서 멋진 여름을 날려 본다. 2015년 작. 김영화 화백

얼마 전의 일이다. 99세, 그러니까 올해로 백수가 되신 골퍼가 장타 전용 B골프클럽 본사를 찾았다. 이 분은 “B클럽이 거리가 난다고 해서 찾아왔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것도 기성 제품이 아니라 ‘클럽 피팅’을 위해서였다니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백수의 어르신을 보면서 참 많은 것을 생각했다. 골프에 대한 욕망이나 도전은 나이와 상관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좀 더 멀리 보내고, 좀 더 정확하게 치고, 좀 더 타수를 줄일 수만 있다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도전한다는 것이다. 더 좋은 클럽으로 바꾸고, 연습장을 찾아가 잘못된 스윙을 점검한다.

90세를 앞둔 모 제약 회장님은 드라이버가 10개가 넘는다고 한다. 좀 더 거리가 나오는 신제품이 출시되면 어김없이 구입한다는 것이다. 혹자들은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연세가 드셨으니 적당한 클럽으로, 적당히 즐기셔도 될 텐데… 라고 말이다. 하지만 나이가 많다고 해서 목표와 도전 욕구가 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나이가 들어도 비거리가 더 나길 원하고 타수가 더 좋아지길 바란다. 골프에 왜 ‘에이지슈터’가 있겠는가. 끊임없이 도전하고 목표를 실현하라고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10년 전 라운드 중 85세 된 백발 노인께서 뒤 팀으로 담배를 빌리러 온 적이 있다. “왜 어르신이 직접 오셨어요, 젊은 사람 시키지요?”라고 말하자 노인께서는 “내가 제일 어린걸요. 89세, 90세, 92세 형님들입니다”라고 말해 깜짝 놀라기도 했다. 네 분의 어르신을 보면서 우리도 저 어르신들 나이에 꼭 골프를 하자고 다짐했었다.

프로골퍼 필립 몽클리에프는 “어느 나이든 골프를 시작하면 절대 늦지 않다”고 말했다. 그만큼 골프는 어린 나이부터 B클럽 본사를 찾은 백수의 어르신 같은 지긋한 나이까지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 그래서 골프를 시작하면 죽는 그날까지 쉽게 클럽을 놓지 못한다.

노화는 20대부터 서서히 시작된다. 특히 40세를 전후로 신체능력의 급격한 변화가 나타난다. 대부분 스포츠는 40세가 넘으면 피로감과 무력감이 쌓이고, 근육량이 감소하기에 직접 즐기다간 자주 다친다. 하지만 골프는 격렬하지 않아 나이가 들어도 자신이 목표한 것을 실현하고 도전할 수 있는 스포츠다.

산부인과 의사였던 고 한국남 박사는 건강하게 골프를 즐기려면 하루 물 8잔과 아침 과일을 섭취하고, 고열에 단기간 조리한 요리는 피하라고 조언했다. 또한 등푸른 생선을 주 3회 섭취하고, 소식 위주로 식생활을 개선하라고 했다. 주 3일, 30분 정도 유산소 운동과 잠들기 전 스트레칭 5분 실시, 그리고 하루 8시간의 숙면을 권했다.

99세 된 어르신이 비거리를 내기 위해 맞춤 채를 찾는 것을 보면서 ‘과연 내게도 건강과 열정이 있는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