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정복(오른쪽) 유도 대표팀 총감독이 14일 태릉선수촌 선수 숙소인 올림픽의 집 앞에서 안창림과 포옹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서정복 감독이 보는 안창림

서정복(61) 유도 대표팀 총감독은 안창림(21·용인대)을 처음 봤을 때를 또렷하게 기억했다. 지난해 3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였다. 선수층이 두꺼운 73㎏급에 안창림이라는 새 얼굴이 보였기 때문이다. 용인대에 편입한 재일교포 학생이었다. 당시 안창림은 3위에 올라 ‘2진’ 대표팀이 됐다. ‘1진’인 방귀만(32·남양주시청)의 훈련 파트너가 됐다.

그러나 안창림이 방귀만을 넘어 1진이 되는 데는 채 3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6월 열린 대표 선발전 결승에서 허리껴치기 한판으로 방귀만을 제압하고 드디어 ‘넘버원’이 됐다. 안창림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은 물론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확보했다. 그러나 안창림은 경험 부족을 이유로 인천아시안게임 파견 선수단에서 제외됐고, 방귀만이 출전해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했다. 안창림은 지난 7월 열린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한을 풀었다. 한 경기를 제외하고 전부 한판승을 거두며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서 총감독은 “안창림이 대표가 된 지는 이제 1년 남짓이지만 그동안 여러 차례 기량을 입증했다”면서 “발전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 2016년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는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서 총감독이 꼽는 안창림의 장점은 두 가지. 첫째는 상체와 하체의 균형, 뛰어난 근력이다. 73㎏급 정도의 중량급에서는 기술과 함께 근력이 승부를 결정짓는 중요 요소다. 5분간의 경기에서 끝까지 체력을 유지하는 선수가 상대를 제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재치 있는 경기 운영 능력. 평소 과묵한 성격의 안창림은 이제 20대 초반이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차분하고 침착하게 경기를 펼친다. 좀처럼 흥분하지 않고 상대의 긴장을 이용할 줄도 안다. 두뇌 플레이를 잘한다는 얘기다. 서 총감독은 “안창림은 근력과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난 유도 천재”라며 “방귀만의 훈련 파트너가 이제는 자타 공인 대표팀의 주축이 됐다”고 칭찬했다.

물론 보완해야 할 약점도 분명히 있다. 안창림 자신도 인정했듯이 스피드가 부족한 게 흠이다. 서 총감독은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알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도 안창림의 장점 중 하나”라며 “지금처럼 훈련하면 내년에는 스피드가 다소 떨어지는 걸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획득한 대표팀은 지난 10일부터 태릉선수촌에 다시 모였다. 다음 달 중순 유러피언 오픈과 파리 그랜드슬램대회에 앞서 이달 말까지는 선수촌에서 합숙훈련을 이어갈 계획이다. 서 총감독은 “세계선수권을 통해 안창림, 안바울(21·용인대) 같은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이대로라면 내년 올림픽에서는 적어도 3개의 금메달을 획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