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내년 봄 지심도에 가면 동백꽃이 스러진 낭만적인 꽃길을 걸을 수 있다. 동백꽃은 12월부터 피고 지다가 3월에 절정을 이루고 4월이 되면 대부분 진다. 사진은 지난 4월 지심도 둘레길에 떨어진 동백꽃 꽃길의 자료사진. 지심도 도선협회 제공

섬 모양 마음 심(心)자 닮아 지심도
후박나무·생달나무 등 40여종 자생

日 군사기지 세우며 주민들 쫓아내
뼈아픈 역사에 가슴 한편이 ‘먹먹’

동백나무가 원시림을 이루고 있는 경남 거제시 일운면 지심도는 파도 소리를 벗 삼아 걷기에 좋은 섬이다. 0.36㎢의 작은 섬이지만 곳곳에 볼거리와 풍광이 뛰어나다. 특히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만든 포진지 등 잔재가 원형 그대로 남아 있어 광복 70주년을 맞아 뼈아픈 역사를 곱씹어볼 수 있는 섬이기도 하다.

지난 9일 거제시 장승포항 지심도터미널에서 여객선을 타고 지심도로 향했다. 동백꽃이 피는 2∼4월에는 배표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찾지만, 이날은 성수기가 끝나서인지 20여 명만이 지심도를 찾았다. 관광객이 많지 않아 쉬엄쉬엄 둘레길을 걸으며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있었다.

탐방코스는 선착장에서 동백하우스∼해안절벽∼포진지·탄약고∼해맞이전망대∼방향지시석∼망루를 돌아오는 일주코스로, 둘러보는 데 1시간 30분가량 걸렸다. 동백나무가 우거진 둘레길은 깊은 산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땀방울이 흘러내릴 때쯤 불어온 시원한 해풍과 동박새의 노랫소리가 동백꽃이 없는 지심도의 아쉬움을 달래줬다.

지심도는 지사도(知士島), 지삼도(只森島), 지심도(只心島)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으나 지금은 하늘에서 바라본 섬의 모습이 마음 심(心)자 모양을 닮았다고 해 지심도(只心島)란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지심도는 동백나무, 후박나무, 생달나무, 참식나무, 육박나무 등 40여 종의 식물이 자생하며 원시림을 이루고 있다. 그중 동백나무가 70%를 뒤덮고 있어 동백섬으로 유명하다. 붉디붉은 동백꽃은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피는데 3월에 가장 만발한다. 동백꽃이 질 때는 무성하게 떨어진 꽃봉오리를 피하며 걸어야 할 정도다.

지심도가 원시림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아픈 역사 때문이다. 1930년대 초 지심도에는 10여 가구가 살았으나 일제가 지심도 군사기지 계획을 세우면서 주민들이 쫓겨났다. 해방 후 주민들은 돌아왔지만, 가옥을 제외하고 전체 토지가 국방부 소유가 되고 한려해상국립공원에 포함되면서 70년간 개발이 억제됐다.

일제는 1936년 주민들을 쫓아낸 지심도에 포병 요새를 구축했는데, 지금도 직경 18m의 둥근 콘크리트 구조물인 포진지 4곳이 원형 그대로 남아있다. 탄약과 포탄을 보관한 벙커식 탄약고는 4개의 방으로 이뤄져 있고, 포의 열을 식히기 위한 우물도 있다. 우물과 우물은 서로 연결돼 비상 시 대피로로 이용됐다고 한다. 당시 지심도 정상 부분에 만든 탁 트인 활주로는 일출을 즐기는 명소가 됐다. 일제의 욱일기 게양대 아랫부분도 남아 있는데, 지난 8월 15일 광복 70주년을 맞아 주민들이 아픈 역사를 지우고 더 아름답고 살기 좋은 섬으로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국기게양대’를 세워 태극기를 게양해 놓았다.

일본군이 주변 7∼9㎞ 해역을 감시하던 서치라이트 설치장소와 보관소, 대마도와 장승포 등 사방 6곳의 방향을 가리키는 방향지시석 등도 아픈 역사를 말해준다. 지심도에는 현재 15가구 3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대부분 일본군 관사나 부대 막사, 중대장 관사 등 가옥을 소유하며 민박 영업을 하거나 국방부에서 땅을 빌려 밭농사와 유자 재배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거제 = 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1936년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만들어 놓은 포진지가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거제 = 박영수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지심도 주민들이 뜰채낚시로 고기를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