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9일 서울 마포구 한강공원 망원지구에서 일부 시민들이 자전거를 옆에 세워놓고 술을 마시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블루투스 스피커 장착
바로 옆 지날 땐 큰 소음
폰 보며… 음주 라이딩도

도심 공원 ‘라이딩’ 부쩍
“산책 시민 위한 배려를”

지난 9일 오후 강아지와 함께 서울 한강공원 여의도지구로 산책을 나온 김모(여·61) 씨는 시도 때도 없이 들려오는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놀라 여러 번 걸음을 멈춰야 했다.

블루투스 스피커를 장착하고 크게 음악을 튼 채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김 씨의 곁을 수시로 지나가면서 한적한 공원에서 편안히 산책을 즐기려던 김 씨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김 씨는 “조용히 생각도 하고 휴식을 취하려고 산책을 나온 건데 지나치게 시끄러운 음악 소리 때문에 방해를 받곤 한다”면서 “누군가의 즐거움이 다른 사람들에겐 소음과 불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자전거 이용 인구가 크게 늘면서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거나 안전불감증에 빠진 ‘자전거 민폐족’이 덩달아 늘고 있다.

실제 문화일보 취재진이 이날 자전거 이용객이 많은 한강공원 일대를 둘러본 결과 자전거 10대 중 1대가량은 블루투스 스피커가 장착돼 있었다. 간혹 작게 음악을 튼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큰 소리로 음악을 튼 채 라이딩을 즐기고 있었다. 음악 소리는 꽤 멀리서부터 들려왔고 자전거가 바로 옆을 지나갈 때는 다른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소리가 컸다.

그러나 정작 이들은 다른 시민들의 불편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음악을 튼 채 라이딩을 즐기던 A 씨는 “밀폐된 공간도 아니고 개방된 곳인데 음악을 좀 크게 듣는 게 무슨 문제가 있냐”면서 “이것도 자전거를 타는 한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안전불감증’에 빠져 휴대전화를 보며 자전거를 타거나 음주를 하는 ‘무개념 자전거족’들도 많았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시야 확보에 어려움이 따랐지만 한 20대 여성은 한 손에 휴대전화를 쥐고 보호장구도 하지 않은 채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그는 전방과 문자를 번갈아 보며 자전거를 타며 곡예운전을 했다. ‘시속 20㎞’의 속도 제한도 이들에겐 소용없었다. 심지어 길을 건너는 시민들을 아슬아슬하게 피해가며 전속력으로 공원을 질주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위험천만한 ‘음주 라이딩’도 여전했다. 이날 공원 편의점에는 50대 남성이 자전거를 세워둔 채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지만,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