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홍상수 감독의 신작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에서 처음으로 연기 호흡을 맞춘 배우 정재영(오른쪽)과 김민희.

배우 정재영이 본 홍 감독

“홍상수 감독님의 촬영 방식에 적응하기 쉽지 않지만 배우에게 많은 도움이 돼요.”

‘우리 선희’(2013년)에 이어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에 출연하며 홍상수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춘 배우 정재영은 촬영 당일 대본을 주는 홍 감독의 영화 제작 시스템에 대한 생각을 이같이 밝혔다.

KBS 2TV 수목드라마 ‘어셈블리’에 출연 중인 그는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내 연기를 좋게 봐준 심사위원들께 감사한다. 또 대상을 받은 홍 감독님께도 축하 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홍 감독님 작품은 소수정예로 짧은 기간에 찍기 때문에 현장 분위기도 좋다. 스태프들에게도 감사한다”고 로카르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홍 감독님과의 작업은 익숙해진다는 게 별 의미가 없다”며 “아침에 대본을 받자마자 대사를 외운 후 촬영이 시작되면 순간순간 몰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무 준비도 안 하는 게 가장 잘하는 것”이라며 “아는 게 없으니 준비할 수도 없지만 힘든 고비를 넘기면 새롭게 다가온다”고 덧붙였다.

그와 홍 감독의 첫 만남은 홍 감독 영화에 여러 차례(‘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에도 잠깐 등장한다) 출연한 유준상의 소개로 이뤄졌다.

정재영은 “(유)준상 씨 작품 보러 갔다가 홍 감독님과 술 한잔 하게 됐고, 그 후 몇 차례 더 만난 후 ‘우리 선희’ 출연 제의를 받았다”며 “그때 ‘내가 살인범이다’ 홍보 기간이라 ‘못 할 것 같다’고 말했는데 감독님이 ‘이틀만 촬영하면 된다’고 해서 하겠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그때도 어떤 영화이고 내 역할이 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며 “내가 ‘제 직업은 뭐예요?’라고 물었더니 감독님이 ‘글쎄, 영화감독이겠지’라고 말하더라. 이번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때도 같은 질문을 했고, ‘영화감독일 거야’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밝혔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하며 긴 대사를 맛깔스럽게 표현해냈다.

이에 대해 그는 “‘우리 선희’ 때는 첫 촬영 때 대사가 없었다. ‘화장실에서 나와 침대에 앉았다가 책상으로 옮겨 앉는다’라는 지문이 전부였다”며 “이번에도 편한 마음으로 갔는데 대사가 엄청 많아 힘들었다. 내가 암기력이 부족하다”고 말하며 크게 웃었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에서 그가 입고 나온 청바지는 ‘우리 선희’ 때 입었던 것과 같은 바지다.

그는 “홍 감독님은 촬영 때 ‘옷을 몇 벌 가져 오라’고 해서 그중 몇 벌을 고르는데 이번에도 그 청바지를 입으라고 하더라”며 “위에 입은 셔츠와 스웨터는 홍 감독님 거다. 내가 가지고 간 게 마음에 안 들었나 보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홍 감독 작품에 출연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기회가 되면 하고 싶다”며 “너무 많이 하면 감독님이 질릴 수 있으니까 그전까지만 할 생각(웃음)”이라고 답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