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여름 거대여당 구성 뒤
개헌 시도땐 한·일경색 심화

중의원서 강행처리한 안보법
14일쯤 참의원서도 강행 태세
국민적 저항에 위기 올 수도

추가 양적완화 등 내놓을 듯
2436일… 세번째 ‘장수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8일 임기 3년의 자민당 총재 선거에 단독후보로 출마, 무투표로 연임을 확정 지으며 역대 총리 중 세 번째로 긴 장기집권의 서막을 알렸다. 그러나 산재한 현안을 따져보면 새로운 임기가 탄탄대로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당내 지지기반은 탄탄하지만 아베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 미군 기지 이전 등 안보 정책에 대해서는 국민과 야당의 반발이 거셀 뿐만 아니라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의 효과 부진 등도 아베 정권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장기 집권 역대 3위=집권당의 총수가 총리직을 맡게 되는 일본의 의원내각제에 따라 현재의 총리직도 오는 2018년 9월 말까지 3년의 임기가 연장돼 아베 총리는 역대 세 번째로 장기집권하는 일본 총리가 될 전망이다. 아베 총리가 이번 당 총재 임기인 3년 동안 총리직도 완주하게 될 경우 총 2436일 동안 총리직을 수행하게 되며 이는 총 1980일 총리직에 재임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를 제치고 역대 총리 중 3위의 장기 집권 기록이 된다. 역대 최장수 총리는 아베 총리의 작은 외할아버지인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2798일) 전 총리다.

◇저항감 큰 안보 이슈=지난 7월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중의원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을 담은 안보법제를 강행 처리하자 아베 정권은 지지율 급락이란 위기를 겪었다. 40∼50%를 유지하던 내각지지율은 30%대까지 곤두박질쳤으며 급기야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非)지지’ 비율이 지지율을 상회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속출했다. 지난 8월 14일 다소 유화적인 내용으로 발표된 종전 70년 담화(아베 담화) 덕분에 8월부터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안보법제에 대한 국민적 반감은 거세지는 형국이다. 특히 중의원에서 참의원으로 안보법제가 송부된 지 60일이 지난 오는 14일 전후로 아베 정권과 자민당 등은 참의원에서도 법안을 강행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법안 통과가 이뤄질 경우 안보 정책에 대한 국민 반감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오키나와(沖繩)현의 후텐마(普天間) 미군기지를 같은 현의 헤노코(邊野古) 지역으로 이전하는 문제도 아베 총리의 속을 썩이고 있다. 아베 총리와 오나가 다케시(翁長雄志) 오키나와현 지사 등은 7일 총리 관저에서 기지 이전에 대한 최종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양측 간 갈등이 다시 고조될 전망이다.

◇개헌 구상=아베 총리는 이전부터 자신의 숙원 사업으로 ‘개헌’을 꼽아왔다.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전수방위의 원칙을 천명한 현행 헌법을 개정해 우호국이나 동맹국이 무력 공격을 받을 경우 일본이 함께 방위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법리적으로 완성하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7월 아베 정권은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이에 따른 후속 조치로 안보법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도 학자들과 국민으로부터 끊임없이 위헌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아베 총리는 6일 방영된 요미우리(讀賣)TV 인터뷰에서 개헌에 대해 ‘비원(悲願·비장한 소원)’이라고 언급할 만큼 개헌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따라서 3연임을 금지한 당규상 이번이 마지막 당 총재 및 총리 임기가 되기 때문에 이번 재임 기간에 개헌을 시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본 현지에서는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 전 중의원을 해산하고 중·참의원 동시 선거를 통해 개헌을 시도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경제정책 수정 요구=아베 총리는 2012년 2차 집권을 시작하면서부터 아베노믹스라는 경제 정책을 통해 양적 완화, 재정 확대, 성장 전략으로 이뤄진 ‘세 개의 화살’을 쏘며 경기 침체 해소에 열을 쏟았다. 이에 따라 엔고(高)가 엔저(低)로 돌아서며 주요 경제 지표가 상승 곡선을 그리는 효과를 발휘하기도 했지만, 물가상승률과 임금 인상이 지지부진해 아베노믹스의 낙수효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아베 정권이 조만간 추가적인 양적 완화 등 아베노믹스 보완책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