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삼성전자 모델이 스마트폰 갤럭시S6 전용 가상현실(VR) 기기 기어VR를 시연하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카드보드’ 인기 속 PC 연결형 ‘리프트’ 출시 임박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4 전용 기어VR를 내놓으며 가상현실(VR) 기기 시장에 진입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차세대 먹거리로 불리는 VR 시장에서도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갤럭시노트4와 올 상반기 갤럭시S6를 출시할 때와 달리 8월 갤럭시노트5 공개 행사는 물론 최근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 2015에서도 별도의 갤럭시노트5 전용 VR 기기를 공개하지 않아 이 같은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VR 시장은 내년 초 페이스북의 오큘러스가 ‘리프트(Rift)’를 출시하면 본격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리프트는 디스플레이 일체형으로 PC와 연결해서 사용하는 VR 기기다. 이 때문에 본질적으로 구글의 VR 기기 카드보드, 기어VR 등과 같은 스마트폰 탈부착식 제품보다는 하드웨어나 콘텐츠의 품질이 우수할 수밖에 없다. 하이엔드급 태블릿PC라도 휴대성이라는 강점을 제외하면 데스크톱보다 성능이 월등할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실 기어VR도 VR 관련 원천 기술을 보유한 오큘러스와 제휴해 탄생한 제품이다. 실제로 기어VR의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오큘러스 스토어에 들어가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야 하는 등 기어VR는 상당 부분 오큘러스에 의존하고 있다. 업계에서 내년 초 리프트가 나오면 기어VR가 리프트의 보급형 버전으로 자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기어VR가 VR 시장에서 샌드위치 상태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보급형 버전의 VR 시장에서는 이미 구글의 값싼 카드보드(종이상자) 플랫폼을 이용한 중국산 제품들이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 카드보드는 골판지와 렌즈, 고무줄 등을 이용해 만든 간단한 VR 기기로 VR 전용 앱을 설치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연동해 VR 영상을 볼 수 있다. 값싼 VR 기기 제조사들의 경우 해당 플랫폼을 이용해 플라스틱 재질로 VR 기기를 만들거나, 종이상자를 그대로 판매하기도 한다.

특히 구글은 올해 개발자회의(I/O)에서 콘텐츠 생산 플랫폼 점프를 공개하며 ‘점프(콘텐츠 생산)→유튜브(플랫폼)→카드보드VR(감상기기)’로 이어지는 VR 생태계 구축 전략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앱 장터인 구글플레이에 이미 100여 종의 카드보드용 콘텐츠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VR 콘텐츠 제작 장비 프로젝트 비욘드, 올해 초 콘텐츠 감상 플랫폼 밀크VR, 감상기기 기어VR를 연쇄적으로 선보이며 VR 생태계 구축 방향을 제시했으나 이후 행보는 감감한 상황이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올해 갤럭시노트5 전용 기어VR도 선보이지 않은 상태다.

물론 아직까지 저가 VR 기기들의 경우 기기 자체의 성능이 떨어지는 데다가 구글플레이의 카드보드용 콘텐츠도 품질이 높지 않아 삼성전자의 기어VR와 직접 비교는 어렵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과 마찬가지로 차세대 먹거리로 불리는 VR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4에서 첫 VR 기기인 갤럭시노트4 전용 기어VR를 선보인 이후 올해 상반기 갤럭시S6와 갤럭시S6엣지 전용 기어VR를 추가로 선보인 바 있다. 해당 기기들은 이번에 출시된 갤럭시노트5와는 호환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값싼 VR 기기들의 성능은 아직까지 기어VR를 따라올 수 없다”면서도 “스마트폰 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VR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에 언제든지 따라잡힐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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