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의식한 국회의 도 넘은 ‘기업 때리기’에 재계가 발끈하고 있다. 정기국회만 되면 쏟아지는 정치권의 공세에 재계도 각종 반(反)기업적·포퓰리즘성 정책에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을 중심으로 제기된 ‘재벌개혁’에 대해 ‘재벌에 대한 4가지 오해’라는 자료를 통해 “야당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의 재벌개혁 연설과 함께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사내유보금 투자, 청년의무고용할당제 도입, 대기업 지배구조개선, 원·하청 관련 규제강화 등이 논점이다.

재계는 우선 사내유보금은 회계상 개념일 뿐 야당 주장처럼 ‘기업이 쌓아둔 돈’이 아니며, 상당 부분은 이미 투자 등 경영 활동에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청년의무고용할당제는 대기업으로의 인력 쏠림현상을 가져올 우려가 있는 데다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성격도 띠고 있어 도입 자체가 문제라고 재계는 지적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의 경우, 재계는 이미 지난 2012년부터 불거진 ‘경제민주화’ 논란 과정에서 순환출자와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을 상당히 줄여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계는 원·하청 관련 규제강화에 대해서도 “노동개혁에 역행하는 조치로 노동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조치를 국회와 정부가 추진해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처럼 재계가 예년과 달리 야당의 재벌개혁 이슈화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핵심 이슈인 노동개혁의 동력이 자칫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재계는 특히 한·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농가가 입은 피해를 기업이 얻은 이익으로 보상하라는 취지의 ‘무역이익공유제’를 정치권이 갑작스레 들고 나오는 것도 포퓰리즘적인 정책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자동차업계는 FTA 발효로 국내에 수입차만 늘어났을 뿐 국산차들은 특별한 이익을 본 게 없다는 통계자료를 내놓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이 FTA 이익을 농가와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노동개혁 관련 이슈를 흐트러뜨리고, 기업을 내년 총선의 희생양으로 삼기 위한 것이라고 재계는 의심하고 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