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경제살리기法’ 처리는 뒷전… 기업인 불러 ‘甲질’만

이미지 크게보기머리 맞대고 정우택(가운데) 정무위원장과 김용태(왼쪽) 여당 간사, 김기식 야당 간사가 3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감 증인·참고인 채택 문재를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도 무더기 호출 줄세우기
국정감사가 아닌 ‘기업감사’
롯데 신동빈회장 지목 1순위

“의혹 되풀이·질타 도움안돼
무소불위의 과도한 행태”

내수와 수출의 동반위축, 글로벌 시장 침체 등 대내외 악재가 이어지면서 경제 회생이 발등의 불이 된 시기에 누구보다 활력을 찾아야 할 재계가 바짝 움츠러들고 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상임위원회별로 무더기로 기업 총수 등 기업인들에 대한 ‘줄호출령’이 떨어져 겹치기 출연이라도 해야 할 상황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한 ‘총선용 국감’과 ‘한건주의’에 기업인들이 애꿎은 희생양이 되고 있으며, 국정감사가 아니라 ‘기업감사’로 본말이 경도되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4일 재계와 국회에 따르면 올해 국정감사 피감기관 수가 700여 곳을 넘어 ‘정책국감’이 물 건너갔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땅콩 회항 사건’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등으로 촉발된 반기업정서 및 ‘재벌개혁’ 논의와 맞물려 국감 증인으로 재계 총수와 CEO를 대거 증인으로 채택해 도마 위에 올릴 태세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과 국정 현안에 대한 감사라는 본질에 걸맞지도 않은데, 내수활성화와 경제살리기에 매진할 수 있는 시간조차 뺏으며 국감장에 세워 망신을 주는 게 타당한지 회의가 든다”고 말했다.

‘국감 출석 1순위’로 지목돼 7개 상임위에서 증인 채택을 요청한 신동빈롯데그룹 회장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의 배경으로 꼽힌 지배구조 개선, 순환출자 해소, 조직문화 개선 과제를 신 회장이 수백억 원대의 사재까지 털어가며 이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천 여부에 대한 감시가 중요한데 굳이 국감장에 불러 질타하는 게 타당하냐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는 유통기업 특성상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내수위축으로 직격탄을 맞았고 수출 부진으로 내수 회복밖에 출구가 없는 한국경제 상황에서 앞장서 유통부문 활성화를 견인해야 할 기업”이라며 “이미 제기된 이슈를 되풀이하거나 반복해 질타하기보다 국가 경제에 기여하도록 우선 독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기용 한국세무학회 회장은 “기업운영에 관한 정부의 역할은 공정거래와 조세정책에 따라 가동돼야 하며 정부를 상대하기도 어려운 기업을 상대로 입법부까지 나서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무소불위의 과도한 행태이자,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룰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홍 회장은 “경제 회생이 시급한 상황에서 기업인들을 마구잡이로 불러 행동반경을 억제하면 국가 경제에도 결국 저해요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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