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들의 제재속 협력”
北 駐이란대사 강조
中 영향력 약화 의도

북한이 이란에 석유 거래를 요청하고 나섰다. 에너지자원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협력국을 다양화해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31일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에 따르면 강삼현 주 이란 북한 대사는 이란에 협력 강화를 강조하면서 석유 공급을 요청했다. 강 대사는 “북한은 적들의 제재 아래에 있지만, 이 문제들을 해결하고 이란과의 무역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다른 나라들과의 경제협력과 무역을 부흥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란과의 경제 교류 활성화 분야로 석유·농업·수산업 등을 꼽았다.

미국과의 핵 협상으로 인해 이란의 원유 수출 제재가 풀리는 것은 이란과 핵·미사일 개발을 고리로 우호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북한에 희소식이 될 수 있다. 석유 공급을 중국에만 의존했는데,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수준인 이란으로 공급책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에서 공급받는 원유량이 급증하면 중국의 대북 영향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현재 북한은 중국과 연결된 파이프라인을 통해 석유 등을 공급받고 있어 경제뿐 아니라 정치적인 부분에서도 중국의 압박을 거부하기 어려웠다.

북한은 우방인 이란과의 경제 교류 활성화를 추진할 뿐 아니라 이란에 긴급 인도적 지원도 요청해왔다. 지난 7월 강 대사는 사예드 아미르 모센 지아에 이란 적신월사(각종 구호나 사회복지, 혈액 사업 등 인도적 활동을 펼치는 이슬람권의 국제적십자사) 대표를 통해 가뭄 대응 장비 등의 긴급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당시 중국이 먼저 식량 지원 등을 제의했지만, 북한은 이에 대응하지 않았다.

지난 1월에도 강 대사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만나 강대국에 대항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당시 로하니 대통령은 “북한이 불법적 경제 제재 아래 있기 때문에 우리가 협력을 통해 이에 저항해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따르면 최근 북한과 이란 간의 무역 실적은 없지만, 양국이 몰래 거래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북한은 대중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이란뿐 아니라 쿠바, 러시아와도 경제 교류를 확대하는 등 경제협력국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