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과 ‘베테랑’. 두 영화가 동시에 1000만 관객을 달성하며 최동훈, 류승완 두 감독 못지않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들이 있습니다. 각 제작사의 수장이자 감독의 아내인 케이퍼필름의 안수현, 외유내강의 강혜정 대표입니다. 좀 더 의미를 부여하자면 ‘베테랑’의 주역인 배우 황정민 역시 내조를 톡톡히 받았는데요. 그가 속한 샘컴퍼니의 김미혜 대표가 황정민의 아내이기 때문이죠. ‘가족 경영’의 성공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눈을 돌려 방송가를 보면 요즘 서툰 가족 경영으로 언론과 여론의 과한 뭇매를 맞고 있는 배우가 있습니다. SBS 수목극 ‘용팔이’에 출연하는 배우 김태희가 제대로 연기를 선보이기 전부터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죠. 이를 둘러싸고 김태희 소속사의 ‘관리 부재’를 꼬집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김태희의 소속사인 루아엔터테인먼트에는 동생인 배우 이완이 몸담고 있고, 형부인 정모 씨가 대표를 맡고 있죠. 정 대표의 업무 능력을 단정 지어 평가할 순 없지만 김태희가 전문 기획사의 우산에서 벗어난 후 더 많은 질타를 받고 있다는 측면에서 리스크 매니지먼트에 허점이 보입니다.

가족에게 경영을 맡기는 이들은 대부분 스타입니다. 작품과 CF를 얻기 위해 발버둥 치지 않아도 숱한 제작사와 광고 에이전트의 러브콜을 받는다는 거죠. 그들이 굳이 전문 기획사와 수익을 나누지 않고, 사생활부터 모든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가족에게 의지하는 건 무리가 아닐 겁니다.

문제는 연예 산업이 더 이상 ‘구멍가게’가 아니라는 거죠. 대부분 기업들은 점점 오너 경영에서 탈피해 CEO 경영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이들에게 정당한 품삯을 주고 일을 맡기는 거죠. 단순한 스케줄 관리뿐만 아니라 작품 선택, 해외 프로모션, 복잡한 세법까지 고려해야 하는 연예 매니지먼트 역시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특히 스타라는 콘텐츠의 특성상 작은 실수나 구설 하나가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히거나 스캔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업계를 두루 아는 이들의 손길이 필요한 거죠.

앞서 언급된 가족 경영의 성공 사례를 살펴보면 그들은 단순한 가족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안수현, 강혜정 대표는 결혼 전 이미 충무로에서 인정받는 실력파였고, 김미혜 대표는 황정민과 계원예고 동창이자 뮤지컬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입니다. 또 다른 예로 YG의 양민석 대표 역시 양현석 프로듀서의 동생이기 전에 2001년 양군기획 시절부터 현장 경험을 쌓은 전문 경영인이죠.

반면 몇몇 한류스타들은 요즘 형제자매가 경영에 뛰어들어 입방아에 올랐습니다. ‘○○○의 매형’을 자처하며 어깨에 힘주고 다니는 이도 있죠. 이런 경솔함이 업계 질서와 해당 스타의 이미지를 해친다는 걸 정작 당사자들만 모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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