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교육 경쟁력을 키우긴커녕 학력을 떨어뜨리지 못해 안달하는 것처럼 보인다. 국가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회·교과교육과정연구팀 등과 공동으로 31일 개최한 ‘2015 개정 교육과정 2차 공청회’에서 교육부는 개정안 시안을 공개하면서 “모든 교과목 학습량을 평균 20%씩 줄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초·중·고(初中高)에서 공부를 덜 시키자는 것으로, 학생 개개인은 물론 국가 경쟁력 저하도 자초하는, 무책임하고 반(反)교육적인 발상이다.

글로벌 경쟁력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영어는 대표적인 예다. 적정한 학습 범위를 제시하는 ‘성취 기준 수’를 현재 142개에서 100개로 약 30% 감축하면서, 교과서에는 교육부가 정한 기본 어휘 외에 반영할 수 있는 어휘를 현재 20%에서 10%로 줄인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낮아진 성취 기준으로 학습량이 적어지면 학력 저하는 당연하다. 성취 기준 수를 현행 183개에서 159개로 감축해 학습량을 적게 하겠다는 국어도 마찬가지다. 성취 기준 축소와 함께 ‘쉬운 수학’으로 개편하겠다는 수학 과목의 경우, 지난 7월 1차 공청회 시안보다 더 개악됐다. 학습할 학년을 높이겠다고 했던 ‘부등식의 영역’ ‘수열의 극한’ 등을 아예 삭제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선 넓이 단위인 아르(a)·헥타르(ha), 분수와 소수의 혼합계산 등을 다루지 않게도 했다.

교육부는 학생들의 학습 부담 경감을 내세우지만, 이는 교육의 본질부터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셈이다. 학생들은 어렵고 힘들지라도 단계별로 요구되는 학습을 반드시 해야 한다. 흥미를 잃지 않게 하는 교육 방법을 개발하지 않고, 학습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교육 포기다. 수학이 어렵다며 포기하는 학생이 적잖다고 해서 성취 기준을 최저화해선 안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일본은 초·중학교 학습량을 대폭 줄인 이른바 ‘여유(유도리)교육’을 2002년 도입했으나 국제 학력 비교 평가에서 학력이 현저히 저하된 것으로 드러나 2011년 사실상 완전히 폐기했다. 교육부는 그런 실패를 알면서도 답습해선 안 된다. 2017년 초등학교, 2018년 중·고교에 적용할 개정 교육과정을 9월 안에 확정하기에 앞서 빗나간 발상의 근본적 교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