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느긋’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15 A FARM SHOW 창농·귀농 박람회’ 개막식에 참석,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어제 NSC열어 남북관계 속도조절 시사

김정은 군사위 확대회의서 관계개선 속도전 내비쳐

北 해임된 일부 군사위원들 지뢰도발 문책했을 수도

“5·24 해제 겨냥 분석” 속 무력도발 가능성 배제못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 결과에 대해 공개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경우에 따라 남북관계에 ‘속도전’을 벌일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은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 타결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면서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언급은 하지 않고 있어 확연히 대비된다.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는 “남북 협상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입장을 정리해 속도를 조절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 제1위원장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과 총정치국, 인민무력부, 총참모부, 내각 간부와 군단급 지휘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하면서 “우리가 주동적으로 남북 고위급 긴급 접촉을 열어 무력충돌로 치닫던 일촉즉발의 위기를 타개함으로써 민족의 머리 위에 드리웠던 전쟁의 먹장구름을 밀어내고 조선반도의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일부 위원들을 해임하고 조직개편을 단행한 정황도 드러났다. ‘8·4 북 지뢰 도발’의 지휘 라인에 있는 일부 중앙군사위원회 위원들이 숙청되거나 경질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북한이 5·24 대북제재 조치를 풀기 위해 발 빠르게 대응한 후, 10월 노동당 창건일에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무력 도발을 그대로 감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뢰 도발 책임자 경질 가능성 =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28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남북 정상회담 이후 장관급 회담 등 다양한 협의체가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이를 언급한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김정은의 이번 발언으로 남북 합의에 힘이 실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은 지난 20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소집한 이후 일주일째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다시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나타냈다. 김정은은 24일 제55주년 선군절 행사에도 불참했다. 그만큼 남북 합의 내용을 상당히 중요한 과제로 여기는 태도를 보여줘 남북관계 개선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또 김정은은 이번 확대회의에서 일부 위원들을 해임하고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누가 해임됐는지 구체적인 명단이나 조직개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뢰 도발을 지휘한 책임자에 대한 경질성 인사였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도발로 남·남 갈등을 유발하는 전략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오히려 대북 확성기라는 역풍을 맞은 데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김정은, 5·24 해제 노리나 = 이 같은 북한의 태도가 10월 무력 도발을 앞두고 우선 조속히 5·24 조치를 해제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영수(정치외교학) 서강대 교수는 “북한은 5·24 조치 해제에 목표를 두고 발 빠르게 남북이 약속한 대화를 이행하자고 나서는 것 같다”면서 “5·24 조치를 해제하고 나면 다시 제재하는 게 어려워질 수도 있는데, 북한의 10월 무력도발로 인해 관계 개선이 물거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 25일 남북 합의 내용에 대해 남측보다 3분 빨리 발표한 데 이어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조선중앙TV에서 직접 남북 공동보도문을 설명했다. 또 27일에는 김양건 노동당 비서가 다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강조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초조’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근 열린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 합의 내용의 이행을 강조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