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시럽·스마일 등 10여개 경쟁

쇼핑몰마다 앱 다운 받아야

사용처 파편화 소비자 불편

최근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각종 ‘페이(Pay)’가 난립하며 시장이 거꾸로 가고 있다. 업체들이 저마다 자사 쇼핑몰에만 적용되는 페이를 내놓으면서 서비스가 파편화돼 과거 앱 카드 시절로 회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시장에서는 10여 개의 페이 서비스가 경쟁 중이다. 플랫폼 사업자인 다음카카오와 네이버가 각각 선보인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SK플래닛(11번가)과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의 ‘시럽페이’와 ‘스마일페이’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오프라인 유통업체 신세계가 ‘SSG페이’를 출시해 경쟁사인 롯데나 현대백화점 등도 조만간 비슷한 서비스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페이가 난립하다 보니 사용처가 파편화된다는 점이다. 특정 온라인 쇼핑몰에서 모바일 간편 결제를 하기 위해서는 해당 업체의 페이를 매번 설치하고 카드를 등록해야 한다. 이 같은 번거로움은 쇼핑몰 사업자가 직접 제공하는 페이에서 두드러진다. 일례로, G마켓에서 간편 결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스마일페이를, 이마트몰에서 간편 결제를 위해서는 SSG페이를 설치해야 한다.

사실 쇼핑몰 입장에서는 플랫폼 사업자들의 페이를 수용할 이유가 별로 없다. 페이를 통해 사용자의 결제 흐름 등을 축적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데, 굳이 그 같은 정보를 플랫폼 사업자와 공유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플랫폼 사업자들은 쇼핑 사업을 강화하며 기존 쇼핑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다음카카오의 카카오선물하기나 네이버의 샵윈도 등이 대표적이다.

사정이 이러하자 업계에는 핀테크(금융 IT) 시장이 과거 앱 카드 시절로 회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앱 카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카드사별 애플리케이션을 일일이 모바일로 다운받아야 했고, 그 같은 불편함은 핀테크 확산의 주요 걸림돌로 작용한 바 있다.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페이가 서비스 초기 주목을 받았던 이유도 다양한 신용카드를 한 플랫폼 안에 등록할 수 있도록 해 불편함을 해소했기 때문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페이 서비스 난립으로 핀테크 시장이 본격 개화하기도 전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식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이 같은 상황은 소비자도 업계도 모두 손해”라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