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이 학생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데 대해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은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 미국의 경우 교원이 학생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를 경우 해당 교원에 대한 사법처리와는 별도로 관리, 감독기관인 교육청에 대한 피해 학생이나 부모의 손해배상청구 민사소송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법원은 이 같은 민사소송에 교육청의 관리, 감독 책임을 인정, 140만 달러(약 16억3400여 만 원)를 육체적·정신적 치료 비용 등으로 지급하라는 판결을 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학교 내 성범죄에 대해서도 교원에 대한 징계와 사법처리 외에 해당 교원과 관리, 감독기관에 대해 재정적 책임을 지게 하는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많이 나오고 있다.

이재목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법상 학교 성폭력 사고에 대한 민사책임의 귀속 원리’라는 논문에서 “(미국의 경우) 교사의 업무영역 밖에서 행해진 행위에 대해서도 사용자에게 인식 있는 과실이 있거나 사용자의 권위 또는 대리관계의 존재가 그러한 불법 행위에 기여했다면 사용자 책임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한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던 한 여학생 A 양은 1989년부터 약 2년에 걸쳐 B라는 보건체육교사로부터 성적학대를 당했다고 담임교사에게 알렸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A 양이 3학년이 돼 전학을 간 후에도 B 교사는 다른 여학생들을 지속적으로 성희롱했고 1990년 12월 B 교사가 지방경찰청에 피소된 후에야 관할 교육청이 그 사실을 알고 B 교사를 해고했다. 이후 피해 학생들은 교육청을 상대로 140만 달러라는 엄청난 금액의 피해보상 소송을 했고 법원은 피해 학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물론 성범죄 교사들에 대해서는 강력한 사법 조치가 함께한다. 지난 2013년 미국 LA 교육당국은 성희롱 등 경미한 수준의 성폭력을 포함해 성범죄 전력이 있는 교사 300명을 일괄 해고했다. 미국 대법원은 2007년 아동 포르노물을 소지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고교 교사에 대해 징역 200년형을 확정했다.

영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도 성범죄 교사들에 대해 엄격하게 다스린다. 이들 국가는 성범죄 교사에 대해 교육 관련 업종에 취업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한편 교내 성범죄 발생 시 사건 조사에 있어 학교장에게 일부 재량권을 주는 우리와 달리 스웨덴 등 선진국에선 실무 책임자에게 권한을 대부분 위임해 학교장까지도 견제하도록 하고 있다.

신선종·강승현 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