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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위협하는 반사회성 인격 장애를 겪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가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반사회성 인격 장애가 드라마의 주요 소재로 차용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KBS 2TV 월화 미니시리즈 ‘너를 기억해’도 범죄 심리학자이자 경찰이었던 아버지로부터 잠재적 살인범이라는 괴물로 낙인 찍혀 세상과 격리되었던 남자를 중심으로 연쇄 살인마의 실체를 파헤친다.

어린 이현(홍현택·성인 역 서인국)은 아버지에 의해 격리 감금 조치되면서 운명처럼 연쇄 살인마 이준영(도경수·성인 역 최원영)과 엮인다. 그로 인해 이준영의 손에 의해 아버지를 잃고 동생마저 빼앗기고, 사고의 여파로 기억마저 흐릿해진 채 미국에서 성장한다. 미국 대학에서 크리미널 저스티스(Criminal Justice) 강의를 하며 특수범죄수사팀의 컨설팅까지 해주던 이현은 어느 날 서울 방배동 살인사건 현장 사진을 이메일로 받게 된다. 그 사진에서 자신을 부르는 메시지를 읽은 이현이 귀국하면서 20년 전에 은폐되었던 이준영 사건의 실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경찰대 출신의 차지안(장나라)은 교도관이었던 아버지의 죽음에 연관된 이준영 사건 파일에 접근하기 위해 경찰 본청 특수범죄수사팀에 들어간 경감이다. 그녀는 오랜 기간 관찰했던 이현이 귀국하여 연쇄 살인사건에 합류하자 그를 통해 이준영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사로잡힌다. 이준영 사건과 관련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어린 시절부터 이현을 관찰했던 차지안은 오해를 풀고 그와 함께 이준영의 실체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행적을 파악하기 어렵던 이준영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극적 긴장이 고조된다. 변호사 정선호(박보검)가 어린 시절 이준영에게 납치된 이현의 동생 이민이라는 사실은 이미 밝혀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현의 선량한 이웃이자 정선호의 삼촌이며 차지안의 법의학적 조력자였던 이준호가 바로 이준영이라는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갈등이 증폭된다. 이준호를 이준영으로 의심하기 시작한 차지안이 20년 전 이준영의 탈옥을 도왔다는 오명과 함께 실종되었던 아버지 이야기를 꺼내고, 이준영이 백골 사체가 된 그녀의 아버지가 묻힌 곳을 표시한 지도를 차지안에게 생일선물로 보내면서 극적 상황은 절정으로 치닫는 것이다.

이준영이 사이코패스가 된 것은 어린 시절 받았던 학대 때문이다. 그가 자신이 학대받았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을 학대했던 어른들을 반복 살해하는 것도 그래서이다.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와 같은 사회성 인격 장애가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에 대해 논란이 많다. 하지만 윤리와 도덕 그리고 자기 억제 능력이 무뎌지면 누구라도 냉혹하고 잔인한 살인자가 될 수 있다는 이현의 주장처럼, 이준영은 후천적으로 사이코패스가 된 경우이다.

이준영은 관찰 조사를 받다가 만난 어린 이현에게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태어날 때부터 괴물이었던 사람도 있고 누군가가 괴물을 바라고 괴물로 불러서 괴물이 된 사람도 있단다. 아빠는 너를 어떻게 부르니? 어떤 눈으로 봐?” 괴물은 태어나는 것일까, 만들어지는 것일까?

무한생존 경쟁 구도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잃어버린 우리 사회가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와 같은 괴물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