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을 둘러싼 롯데그룹 오너가(家)의 내분이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을 띠면서 국민의 반감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이를 빌미로 반(反)기업정서를 부추기는 기류도 나타나고 있어 우려된다. 롯데 사태는 3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에서 귀국하고, 분란의 중심에 있는 3부자(父子)가 대면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듯했다. 그러나 의미 있는 대화 없이 끝난 ‘5분 대면’을 두고도 신 회장 측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이 상반된 주장으로 치고받는 등 감정의 골은 더 깊어졌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이 나오는 가운데 형제가 한 치 양보 없이 충돌하면서 롯데의 정상화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사생활까지 까발리는 롯데가의 추악한 싸움에 국민은 등을 돌리고 있다. 2일에는 현재 90대인 신 총괄회장이 60대의 신 회장을 질책하다 때렸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막장드라마가 따로 없다. 국내 재계 5위 위상과 거리가 먼 일련의 사태 진행은 롯데 전반의 불투명성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배구조부터 정상으로 보긴 힘들다. 416개에 달하는 순환출자 고리는 롯데 임원들조차 제대로 모를 정도라고 한다. 80여 개 계열사에서 말이 곧 법으로 통하는 신 총괄회장의 지분은 0.5%, 자녀 등 친인척 보유분을 합쳐도 2.36%에 불과하다. 한·일 롯데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롯데홀딩스와 광윤사의 지분 내역은 베일에 가려 있다. 후계구도를 사전에 확실히 굳혀 놓지 않은 것은 사태의 직접 원인이다. 고령의 창업주가 승계의 골든타임을 놓쳐버렸다. 일상에서 일본어를 쓰는 롯데가의 정체성도 논란거리다. 신 회장은 귀국하면서 “매출의 95%가 한국에서 발생하는, 한국기업”이라고 못 박았다. 한국롯데는 매출·자산 규모나 계열사 수에서 일본롯데를 압도한다. 그러나 일본 롯데홀딩스 등 일본기업들에 지배되는 구조는 상식적으로 수긍하기 어렵다.

기업 지배구조에 정답은 없고, 어떤 조직이든 내부 분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내부 다툼으로 넘기기에는 문제가 롯데그룹 차원을 넘어 너무 심각해졌다. ‘오너리스크’가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면서 주가도 하락세다. 이런 와중에 정치권 일각에선 “노동개혁보다 재벌개혁”이라며 반기업정서를 전파하고 있다. 이런 기류가 확산되지 않도록 롯데 오너들은 자숙하고, 사태를 수습할 최선의 방안을 조속히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