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압수수색 30일 서울 송파구 H건축사 사무소 압수수색에 나선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품을 운반할 상자를 들고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연합뉴스

4代 회장 모두 수사선상에 ‘무리한 수사’ 지적도

검찰이 농협중앙회에 대한 수사를 본격 확대하면서 농협이 포스코나 KT처럼 정권이나 수장이 바뀔 때마다 검찰 수사를 받는 전철을 밟고 있다는 해석이 31일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는 29일 최원병(69) 농협중앙회 회장의 특혜 대출 의혹과 관련해 리솜리조트 그룹 본사 등 5곳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30일에는 최 회장의 가족이 고문으로 있는 건축사 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의 칼끝이 최 회장을 향하면서, 이번 수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로비 의혹 수사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2007년부터 농협중앙회 회장을 맡았던 최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모교인 포항 동지상고 출신으로, 이명박정부 실세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농협은행 등이 재무가 악화돼 자본잠식 상태를 오간 리솜리조트에 2005년부터 최근까지 1600억 원대 대출을 한 배경에 최 회장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농협 측은 리솜리조트 특혜대출 의혹을 일축했다.

농협 측은 “최선순위 담보권이 설정돼 채권 보전이 양호할 뿐 아니라 기업의 계속성을 유지시켜 대출금 회수를 유도하는 것이 은행과 기업이 상생하는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정상적인 절차와 규정에 의해 대출된 만큼 지시나 특혜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최 회장의 가족 A 씨가 고문으로 있는 서울 송파구의 H종합건축사 사무소가 A 씨에게 지급한 고문료 등이 상당하고, 최 회장이 취임한 2007년 이후 농협이 발주한 공사를 이 업체가 집중적으로 수주한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최 회장을 포함해 1988년부터 민선으로 선출된 4명의 농협 회장들은 모두 수사 선상에 올랐다. 1~3대 회장들은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구속된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3대 정대근 회장은 서울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 부지 매각 등의 과정에서 수십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농협 수장들의 이 같은 수난은 KT, 포스코와 닮은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KT는 민영화 후 남중수 전 사장이 인사 청탁 혐의로 구속됐고, 후임인 이석채 전 회장 역시 장기간의 수사를 받은 끝에 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을 네 번이나 불러 조사했고 집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압수수색하고도 지난해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의 무리한 수사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포스코도 회장이 바뀔 때마다 세무 조사나 검찰 수사 등이 이뤄졌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