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세탁기, 휴대전화 등 수명이 다해 버려진 전기·전자기기 폐기물(e-폐기물)은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4180만t에 달했으며, 오는 2018년에는 약 5000만t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들 e-폐기물에는 철이나 구리같이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도 포함돼 있지만 납이나 수은, 프레온가스(CFC) 같은 유해물질도 다량 포함돼 있어 제대로 된 관리하에 폐기가 이뤄져야 한다.

31일 유엔 산하 유엔대학의 ‘세계 e-폐기물 감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생한 e-폐기물은 4180만t이며 바퀴 18개가 달린 40t짜리 트럭 115만 대 분량과 맞먹는 규모다. 이 트럭들을 한 줄로 세우면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東京) 간 왕복 구간인 2만3000㎞에 이른다.

지난해의 e-폐기물은 2013년(3980만t)에 비해 5% 늘어난 것이다. 또 이런 증가세가 계속되면 2018년에는 지난해보다 21% 많은 4980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발생한 e-폐기물의 60%는 주방, 욕실, 세탁 관련 물품이었다. 또 진공청소기, 토스터, 전자레인지 등 소형 가전제품 쓰레기는 1280만t에 달했다.

국가별 1인당 e-폐기물량은 노르웨이가 28.4㎏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스위스(26.3㎏), 아이슬란드(26.1㎏), 덴마크(24㎏), 영국(23.5㎏), 네덜란드(23.4㎏), 스웨덴(22.3㎏), 프랑스(22.2㎏), 미국·오스트리아(22.1㎏) 등 서구 유럽 선진국가들이 대부분 상위권을 차지했다.

e-폐기물 속에는 철 1650만t, 구리 190만t이 포함된 것으로 분석됐으며 귀금속인 금도 300t이 버려졌다. 이는 2013년 전 세계 금 생산량의 11%와 비슷한 규모다. 은과 알루미늄, 팔라듐 등을 포함해 e-폐기물에 섞인 금속 자원은 무려 520억 달러(약 56조2068억 원) 어치로 추산됐다. 독극물 역시 다량 함유하고 있었다. 납유리가 220만t, 배터리가 30만t, 오존층을 파괴하는 프레온가스가 4400t 분량이었다. 이 밖에 수은과 카드뮴, 크롬 등 인체에 흡수되면 정신질환, 암, 신장 및 간 손상을 일으키는 독성물질이 검출됐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