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재향군인회(향군·鄕軍)는 6·25 전란 중이던 1952년 2월 1일 임시수도 부산에서 설립된 이래 애국·명예·친목의 63년 역사를 자랑해왔다. 그러나 지난 4월 10일 향군회장 선거에서 당선돼 취임한 제35대 조남풍 회장 체제는 처음부터 인사(人事) 전횡과 금품 비리로 얼룩지고 있다.

국가보훈처가 향군 내부의 진정에 따라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17일까지 특별감사를 실시해 28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조 회장의 인사 전횡은 5500억 원을 넘어선 빚더미를 더 키우기 십상이다. 800억 원에 가까운 손해를 끼친 인사의 측근 조모 씨를 지난달 1일 경영본부장으로 임용해 전체 살림을 맡겼는가 하면, 인사 규정을 무시해 자신의 선거 캠프 인사들을 임직원으로 채용하면서 공개채용 절차를 건너뛰었고 직제나 정원도 안중에 없었다고 한다.

조 회장의 인사 전횡보다 더 심각한 것은 보훈처의 시늉에 그친 감독 기능이다. 인사규정을 어긴 임직원 25명의 임용을 취소하고 일부 직원의 징계를 권고하는 선에서 특감을 마무리하고 제반 비리의 원점인 조 회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아 ‘면죄부 특감’ 비판을 자초했다. 더욱이 4·10 회장선거 당시 조 회장 측이 전체 대의원의 과반수인 240여 명에게 500만 원씩 뿌렸다는 금품 비리 의혹은 수사권이 없어 건드리지 못했다는 식이다. 각종 비리의 원류가 선거 비리라는 상식에 비춰서도 역시 ‘특별히 봐준 감사’답다.

이런 식으로 비리가 체질화한 향군을 감싸도는 보훈처지만 내달부터는 그 권한이 더욱 강화된다. 향군 수익사업에 대한 보훈처장의 승인권 등을 신설하기 위해 국회가 1월 12일 의결한 개정법이 2월 3일 공포되고 경과기간 6개월을 거쳐 내달 4일 시행되기 때문이다. 조 회장의 인사 전횡과 금품 비리에 대해 향군 노조도 검찰 고발을 추진 중이라니, 보훈처는 민망함을 덜기 위해서도 수사를 의뢰하고 그로써 국내 최대 안보 단체로서의 향군 위상을 새로이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