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방만 경영 등으로 누적돼온 지방공기업들의 부채 규모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28일 발표한 ‘지방공기업 경영평가 결과’에 따르면, 전국 334개 지방공기업의 2014년 기준 부채가 무려 73조6478억 원이다. 전년도에 비해선 3188억 원(0.5%)이 줄어든 규모로, 전체적으로는 2002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 감소하긴 했으나, 정상화가 요원한 지방공기업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경영평가에서 최하위인 ‘마’ 등급을 받은 것만 해도 17개에 이른 배경부터 달리 있을 수 없다.

무리한 개발사업 강행 등으로 5년 연속 최하위 등급인 강원도개발공사는 대표적인 예 중의 하나다. 지난해 255억 원을 포함해 6년 동안 매년 적자를 내며 부채 규모를 자산 대비 316%인 1조2312억 원으로 키웠다. 부채 규모가 자산 대비 281%인 8조981억 원에 이른 인천도시공사의 부실 원인도 다르지 않다. 물론, 경영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여 성과를 보인 지방공기업들도 있다. 경기도시공사는 지난해 평가에서 ‘라’ 등급이었으나, 올해는 최고 등급 ‘가’를 받았다. 새로운 사업 방식을 도입해 1년 간 9661억 원을 절감하고, 이른바 ‘고용 세습제’ 폐지에도 노사가 합의한 결과다. 하지만, 만성 적자 탈출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은 곳이 수두룩하다.

구조조정은커녕 빚더미를 더 키워가는 부실 지방공기업을 방치할 순 없다. 그런데도 관할 지방정부는 노조 등의 비위를 맞추려는 단체장의 포퓰리즘으로 부실 공기업의 과감한 구조조정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하등급 지방공기업은 임직원 모두 평가 이듬해엔 성과급을 일절 받지 못하고, 임원 연봉도 5~10%가 삭감되는 등 평가 결과에 따라 등급별로 차등 대우를 받지만, 그것이 근본 대책일 순 없다. 행자부가 8월 국회에 제출할 계획인 지방공기업법 개정안 취지대로 빚더미 지방공기업에 대해 일정한 요건에 따라 중앙정부가 해산(解散)요구권을 갖게 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