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빗속 조형물 막바지 장맛비가 내린 29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빗방울이 맺혀 있는 세월호 조형물 옆을 지나가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진상규명 등 문제 제기해도

제대로 된 토론·논의 어려워

‘상대적 소수’ 與측 의견 묻혀

다양한 목소리 반영 힘들어

“논의가 길어지고 있으니 표결하겠습니다. 찬성하시는 분 손 들어주세요.”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열 번째 회의가 열린 지난 27일 서울 중구 특조위 회의실에선 조사 규칙을 두고 표결이 한창이었다.

이석태 특조위원장은 안건마다 위원들의 의견을 물어 가부를 결정했다. 얼핏 공정한 시스템처럼 보였지만 특정사안에 대해 위원들 간 논쟁이 5~10분 이상 벌어지려고 하면 이 위원장은 지체하지 않고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특정 사안에 대해 첨예한 대립이 있더라도 토론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표결로 이어지는 일이 많았다.

재적인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안건의 통과 여부를 결정하는 특조위의 표결 시스템에 대해 위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조대환 부위원장의 사퇴로 현재 16명이 활동하고 있는 특조위원들은 총 4곳의 추천을 받아 임명됐다. 여야가 각각 5명씩 추천했고 유가족이 3명, 대한변호사협회와 대법원이 각각 2명씩 추천했다.

지금까지의 활동을 두고 보면 유가족과 야당, 변협 추천 위원들이 상대적으로 비슷한 목소리를 내온 반면, 여당과 대법원 추천 위원들은 이에 대립각을 세우는 일이 잦았다.

지난 5월 이석태 위원장이 조직 구성과 예산안 문제를 두고 정부를 비판하며 광화문 농성에 나섰을 때도 비슷한 구도로 의견이 갈렸다.

그러나 특조위의 ‘과반수 찬성 표결’ 방식에 따라 수에서 밀리는 여당과 대법원 추천 위원들의 의견은 대부분 반영되기 어려웠다.

황전원 특조위 비상임위원은 29일 “모든 안건을 다수결로 결정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소수파에 속하는 여당 추천위원들의 의견은 자연스럽게 묵살됐다”면서 “과반수 찬성 시스템 하에서 여당 추천 위원들의 목소리는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조직 구성과 예산안을 두고 위원들의 의견이 판이하게 갈려 위원장에게 밤을 새우더라도 절충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지만, 위원장은 해당 안건을 바로 표결에 부쳤다”면서 “인원 채용과 예산 편성 문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짚고 넘어가야 했지만, 표결 한 번으로 간단하게 처리됐다”고 말했다.

석동현 특조위 비상임위원도 “사용처가 불분명한 예산에 대해 문제 제기를 수없이 했지만 ‘표결에 부치자’는 똑같은 답변만 돌아왔다”면서 “소수인 여당 추천 위원들은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석 위원은 “현 특조위는 조사를 하기보다 수사를 해 누군가를 단죄하려 한다”면서 “이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과 원칙을 세우자고 했지만, 토론의 장을 마련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최근 부위원장에서 물러난 조 전 부위원장도 “진상 규명 문제에 대해 여러 번 아이디어를 냈지만, 시기상조라는 대답을 들었을 뿐”이라면서 “이 위원장을 주축으로 한 다수파 앞에서 소수인 여당 추천 위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과반수 표결은 법에 명시된 것으로 중요 안건에 대한 토론도 충분히 하고 있다”면서 “활동기간이 짧아 모든 안건을 깊이 있게 토론하는 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앞으로도 의견이 갈리는 부분은 최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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