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씁쓸한 귀국 28일 오후 김포공항에서 휠체어에 탄 신격호(오른쪽 두 번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장녀인 신영자(왼쪽) 롯데복지재단 이사장과 함께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日 광윤사 지분 29 : 29 동일
장·차남 그룹 지분도 엇비슷
일단 차남 승리로 끝났지만
‘2차 형제 난’ 가능성 전망도

각 계열사 지분변동 조짐에
롯데그룹 주가 일제히 급등

국내 대기업들의 경영권 안정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가운데,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촉발된 롯데그룹도 ‘지배구조 리스크(위험)’ 해소가 최대 과제로 부상했다.

일본 롯데 경영에서 물러난 신동주 전 일본 롯데그룹 부회장이 지난 27일 아버지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앞세워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제치기 위한 ‘쿠데타’를 일으킨 지 하루 만에 실패로 끝났지만, 두 형제가 보유한 그룹 내 기업 지분이 엇비슷해 형제간 ‘2차 암투’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에선 향후 형제간 지분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자칫 가족 내 볼썽사나운 재산 다툼으로 인해 대기업에 대한 사회적 반감만 키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9일 롯데그룹과 재계에 따르면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의 전쟁’은 이제 시작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신 전 부회장이 롯데 관련 기업의 지분을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형제는 한·일 롯데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포장재 회사인 일본 광윤사 지분을 29%씩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 총괄회장의 보유지분은 3%다. 광윤사는 롯데홀딩스 지분 27.56%를 보유, 롯데그룹 경영권의 ‘핵심 고리’다.

일단 이날 현재까지 광윤사는 신동빈 회장 쪽으로 기울어 있다. 롯데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재계 인사는 “광윤사 이사들이 실적에서 일본 롯데와 큰 격차를 벌려 놓은 신 회장의 경영능력을 높이 평가해 사실상 리더로 인정하고 있다”며 “신 회장이 형의 ‘쿠데타’를 하루 만에 제압한 것은 광윤사와 롯데홀딩스를 장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신 회장이 안심할 정도는 아니다. 신 전 부회장도 신 회장과 같이 롯데홀딩스 지분 20%가량을 보유한 데다 롯데쇼핑(13.45%)과 롯데제과(3.95%), 롯데칠성(2.83%) 등 롯데 핵심 계열사들의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신 회장의 보유 지분과 큰 차이도 없다.

각 계열사의 지분 변동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롯데그룹 주가가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9일 주식시장이 개장하자마자 롯데쇼핑은 전날보다 8.08% 오른 24만7500원을 오르내리고 있고, 롯데제과는 7.45%, 롯데케미칼 2.58%, 롯데하이마트 2.54% 등 롯데그룹 주가가 일제히 오름세를 타고 있다.

일본 언론은 이날 롯데 창업주 2세들의 경영권 쟁탈전을 “시게미쓰(重光·신격호 일가의 일본 성) 일족의 난”(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롯데 형제의 다툼”(아사히신문) 등으로 소개하면서 앞으로 열릴 일본 롯데 지주회사의 주주총회를 ‘분수령’으로 전망했다. 닛케이는 “롯데그룹 골육의 싸움이 표면화했다”며 “향후 초점은 주주총회”라며 파란이 예상된다고 썼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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