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전 세계 지식인들이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과거사 반성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배경에는 최근 급속히 진행된 아베 정권의 우경화에 대한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 이날 성명을 낭독한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최근 일본 정부의 극심한 우경화 사태가 눈앞에 벌어지면서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일본내) 우파정치가들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미 역사가들의 연구에 의해 논파된 거짓의 역사신화를 재생시켜 일부 우파 지식인과 미디어를 통해 확산시키고 있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해 공동성명을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성명에는 일본 측에서 오다가와 고(小田川興) 전 아사히(朝日)신문 편집위원과 미야지마 히로시(宮嶋博史)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 등이 참석했다. 또한 미국과 유럽의 저명 학자들은 물론 호주의 일본 전문가 개번 매코맥·테사 모리스 스즈키 호주국립대 교수와 프래신짓트 두아라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등도 대거 참여함으로써 한·일 양국을 넘어서 전 세계가 일본 정부의 우경화를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냈다. ‘한국병합 100년 한·일 지식인 공동성명’ 발기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성명 문안을 거의 완성했을 때 한국 위안부 문제에 대한 현 일본 정부의 무책임한 대처를 비판하는 미국 역사학자들의 성명서가 발표됐다”며 “그들에게 성명 참여 의사를 묻자 ‘국제적 지지자로서 발기인들을 돕고 공동성명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통지해왔다”고 설명했다. 성명서는 “아베 담화는 고노(河野) 담화, 무라야마(村山) 담화 등 지금까지 일본정부의 역사문제 관련 담화를 계승·확인하는 데서 출발해 한걸음 더욱 진전된 것이어야 한다”며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침략과 식민지 지배가 아시아의 주변 국가들에 엄청난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는 사실을 재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