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안보 뒤에 숨지말라”
黨일각 “증거가 없으니…”

새정치민주연합은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과 관련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국정원 임모 과장 자살과 관련한 의혹에 대한 조사에 나서는 등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국정원이 자료 공개를 거부하고 추가 증거 발견을 통한 결정적인 ‘한 방’을 만들지 못하면서 정치 공세로 비치고 있는 것에 대한 부담도 느끼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국정원이 해야 할 일은 안보 뒤에 숨어서 잡아떼는 것이 아니라 검증을 받는 것”이라며 로그파일 원본 등 자료를 제출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임 과장 자살과 관련한 의혹을 밝히기 위해 야당 안전행정위원들이 현장 조사 등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국정원이 변명하는 사유를 보면 도저히 51건의 복구에 관한 내용이 임 과장의 자살 동기로 추정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은 국정원에 해킹 프로그램을 공급한 이탈리아 업체 ‘해킹팀’을 폭로한 캐나다 연구팀과 화상회의도 열 계획이다. 30일 비영리 사단법인 ‘오픈넷’과 함께 ‘국정원 해킹사태 해결을 위한 토론 및 백신프로그램 발표회’를 개최하고 진상 규명을 위한 기술적 방법, 해킹 프로그램 사용의 위법성 및 해결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이 행사에는 ‘해킹팀’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21개국에 스파이웨어를 판매한 흔적을 확인했다고 최초로 발표한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비영리 연구팀인 ‘시티즌랩’도 화상회의를 통해 참여하기로 했다.

오픈넷은 국정원이 구입한 해킹 프로그램의 작동원리를 설명하고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개발한 백신 베타버전도 발표한다.

하지만 새로운 증거 등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의 답답함 역시 커지고 있다. 한 정보위원은 “증거를 확실히 가지고 있지 못하니까 의혹 제기 수준으로만 머무르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한 원내 관계자는 “사막에서 바늘 찾기”라며 의혹 규명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새누리당은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중단하라며 야당을 압박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국정원 해킹 의혹 사태와 관련해 ‘갈택이어(竭澤而漁)’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한 뒤 “연못의 물을 말려 고기를 잡는다는 뜻으로, 지금 실체도 없는 고기를 잡기 위해 우리의 ‘안보 연못’을 말리려는 게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야당은 국정원이 명확히 설명했음에도 거꾸로 해석하고 있다. 안 믿으려고 하니 계속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국정원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최면에 걸려서 (없는 것도) 나오기를 기다리는 사람 같다”고 비판했다.

조성진·김만용 기자 threemen@munhwa.com